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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1.03.12 조회2,5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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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스님
-. University of the West에서 Doctor of Buddhist Ministry 박사과정.
-. Cedars Sinai Hospital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근무
가끔은 퇴원했을 거라 예상했던 환자들이 계속 입원해 있을 때도 있다. 지난주에 찾아갔던, 음식을 못 먹을 뿐만 아니라 물조차 마실 수가 없고 주사기로도 영양 공급이 점점 거의 불가능해져 가는 환자에게 다시 찾아가니 환자는 내가 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데 딱 봐도 최소 2kg은 빠져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사기로 400kcal를 영양을 공급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나마 이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으니 환자의 말마따나 지금 쪄있는 살들이 환자의 영양 공급원인 셈이다. 그러니 살이 급속하게 빠질 수밖에는 없다.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으로 환자는 말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내 말을 안 들어요. 내가 음식을 입으로 먹을 수 없는 게 아니에요. 난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음식이 위에 들어가면 가슴에 통증이 오고 머리가 아픈 거죠. 의사들은 내 배에 호수를 연결해 음식을 배로 직접 들어가게 하는 시술을 오늘 할 거예요. 나는 효과를 전혀 기대하지 않는데, 이걸 하지 않으면 다른 걸 시도하지 않을 거래요. 효과 없는 것도 시도해 보는 게 좋은 거겠죠? 그래도 뭔가 해결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영양제를 주사기로 놓아 준다고 했을 때 만큼은 희망적이지 않아요. 그때는 다시 살아가겠구나 했는데, 팔에 주삿바늘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서 영양 공급을 받을 수 없다고 했을 때부터는 기적을 바라고 있어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어요.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포기란 없다고 말했던 환자였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정말 어떻게 이 난국을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으니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꾸 드는가 보다.
지난주에 찾아갔었던 암 환자도 퇴원을 못 하고 병원에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 글썽이며 나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도 병원에 있어요. 나는 집에 가고 싶어요. 계속 여기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요. 내가 집에 가면 아무도 없는 거 알아요. 그래도 병원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보고 있는 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나요? 집에 가면 나 혼자 어떻게든 움직여야 하니까 지금보다 상태가 좋아질 것 같아요. 그런데 의사들은 나를 퇴원시키지 않아요. 나는 병원에 있기 싫어요. 어떻게 해야 하지요?”
내 느낌에 두 환자 모두 암담한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든다는 첫 번째 환자와 병원에서도 회복이 어려운데 혼자 있어야 하는 집에 가겠다고 말하는 두 번째 환자 모두 지금 자신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두 환자 모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병실에서 나왔다. 다음 주에 찾아갔을 때는 그들에게 희망 섞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