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 - 환우와 함께한 3개월간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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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9.08.22 조회2,65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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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스님
-. University of the West에서 Doctor of Buddhist Ministry 박사과정.
-. Cedars Sinai Hospital 병원에서 2019년 6월부터 3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
저는 작년에 이어 지난 3개월 동안 Cedars – Sanai Medical Center 에서 Buddhist Chaplain(불교 채플린) 두 번째 인턴쉽을 무사히 마무리 했습니다. 인턴쉽을 하는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 한 가지를 공유합니다.
저는 스님이지만,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은 천주교,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분들입니다. 아주 가끔 불교 신자분들을 만나는데, 비율로 따지면, 환자 20명 정도 만나야 그 중에 불교신자가 1명 정도 있을까 말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님이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환자분들을 위해, 그분들이 믿고 계시는 종교식으로 기도를 해주곤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개신교 환자분에게 기도를 해 주었을 때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제가 개신교 환자를 만났을 때, 환자가 자기를 위해 기도를 해 줄 수 있냐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채플린은 자신이 믿는 종교가 아닌, 다른 모든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기도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환자의 요청에 의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시작은, “ 주님, 감사합니다.”
끝은, “주님의 이름으로, 아멘~”
그러나 중간에 들어가는 기도 내용은 제 마음대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불교식-개신교’ 기도를 정성껏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도 도중 환자분의 반응에 정말 깜짝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무슨 말만 하면, 환자가 “Yes~ Yes~” 하며 고개를 끄덕 끄덕... 하는 거였습니다. 분명히 저는 기도 시작 하기 전에, 저는 스님이고, 영어도 잘 못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제 기도문에 감동 받으시는건가? 라는 의문과 함께, “아멘~” 하고 기도를 끝냈습니다. 기도 후, 환자는 환하게 웃으며, 제 손을 꼭 잡고는 하나님께서 저를 축복해 주실거라고 했습니다.
그 날, 저는 병실에서 나오면서 기도의 형식은 중요한 거 같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했던 기도는 개신교 채플린들이 보통 하는 기도의 형식이 아니었지만, 기도 내용이 “주님께서 환자를 돌봐주심을 믿는다.”는 강한 메세지여서 인지, 환자가 기도 도중에 여러 번 “ Yes~ Yes~”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처음 인턴을 시작 할 때는, 다른 종교를 믿는 환자들에게 그들의 종교 언어로 기도하는 것이 어색했고, 이렇게 엉터리로 기도해도 되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제 기도를 들었던 많은 환자분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기도는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당신 덕에 내 마음이 휠씬 가벼워졌습니다.” 이와 같은 환자분들의 격려 덕에, 지난 3개월간의 두 번째 인턴쉽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인턴쉽을 더 해야 하지만, 불보살님의 가호하에 무사히 회향 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