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불교학교 미국연수 <6>(불교신문 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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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04.12 조회2,88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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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에서의 국제불교학교 스님들. |
멀리 석양에 물든 모스크가 가까워 온다. 9.11사건으로 과격테러분자의 대명사로 낙인찍힌 그들이지만, 어디에나 급진파와 온건파는 있게 마련인 것을. “We can not imagine God. God exists as formless.(우리는 신을 형상으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신은 무형으로 존재합니다.)” 흑인출신 이맘(이슬람교 성직자 호칭)의 명쾌한 설명대로 교회 안 어디에도 신상을 찾을 수 없던 이슬람교 사원 Dar Al Hijrah의 기도실.
편안히 앉거나 심지어는 드러누워서 저마다의 ‘무형(無形)의 신’과 자유롭게 만나고 있는 무슬림들의 Arkan-al-Islam(평생 지키며 살아가는 6가지 영적 기둥), 상대의 종교를 따지지 않고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 주고자 먹거리 포장에 한창이던 장난기 그득한 무슬림 아이들. 그 까만 눈동자 속을 들여다보며 거부할 수 없는 따뜻함과 투명함을 호흡했다.
다음날 시크교 사원을 돌아 방문한 힌두교 사원 Durga Temple. 인간의 온갖 욕망조차 신성한 신의 세계로 품어내고 붓다조차도 자신의 신들 중 한분으로 끌어들여버린, 이들의 복잡하고 화려한 신전들 속으로 끌려 다니는 동안 ‘만물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다시 어디로 돌아가는가’ 라고 여지없이 갈무리시켜 주시는 선사들의 죽비소리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2600여 년 전, 아직 ‘있음’에 물든 모든 체험들을 뒤로하고 홀로 설산행을 택해야 했던 인도의 청년 싯다르타도 어쩜 이런 심경이었을까?
이슬람 사원을 비롯해
시크 힌두 퀘이커교 등
여러 종교와 만남 특별
오바마 대통령의 두 딸이 졸업했다는 워싱턴DC Sidwell Friends School에서 만난 기독교 신비신학(神秘主義, mysticism)의 한 형태인 퀘이커교 모임. 1650년대 영국 Gorge Fox가 기독교에 명상수행을 겸비한 신행운동을 주창하며 창시한 종교다.
신과 나 사이에는 메시아가 필요치 않고, 오직 명상예배를 통해 그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임재(任在)하시는 신성(神性, Divine nature)으로서의 God과 하나 됨으로써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서로를 Friends라 부르며 따로 성직자를 두지 않고 주일마다 돌아가며 목회를 이끌 뿐만 아니라 전도목적이 아닌 세상의 진보가 곧 신과 만나는 지름길이라는 순수한 믿음으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 종식과 평화실현을 위한 후원활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자신들의 모태신앙 전통에 불교 특히 참선을 접목시켜 일본 조동종의 종조 도겐선사(道元, 1200-1253)의 가르침에 의지해 20여년 씩 참선수행을 해오고 있는 이른바 Interfaith Committee of Zen Sangha를 비롯해,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되었으면서도 권위를 내려놓고 다른 종교들이 법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을 활짝 열어 놓은 대단히 배포가 큰 국립 가톨릭 대성당 신부님들의 우릴 위한 특별미사.
마지막으로 진보적 해방신학의 명문 뉴욕 Union신학대학에서의 폴 니터(Paul F. Knitter), 정현경 교수님과 나눈 제 종교들을 아우르는 영적여행에 관한 대담까지. 늘 꿈꾸어 오던 수행공동체의 모습, 인류종교사의 획을 그을 이 조용하지만 장중한 물결에 한 발 살짝 적신 듯 설렌다.
바야흐로 부질없는 ‘이름’의 구별에 매이길 거부하고 ‘심층의 본질’을 궁구코자, 불교가 도착한지 겨우 100년도 채 안 된 이 땅에서 가장 미국적이라 할 만한 자유롭고 실험적인 종교 간 소통을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끌어내고 있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과의 만남. 우린 이 ‘쌍방소통의 묘미’를 결코 가벼이 보아 넘겨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