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불교학교 미국연수 <4>(불교신문 12/02/24)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03.01 조회2,818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뉴욕에서 1시간 30여분 근교 Pine Bush, Green Hudson Valley에 위치한 블루클리프 상가공동체(Bluecliff Monestry)는 베트남전쟁 이후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프랑스로 망명한 틱낫한스님(1926~)이 뜻있는 스님들과 결연한 의지로 새로운 불교문화운동으로서 결성한 베트남불교의 대표적 승가인 접현종(Interbeing Order) 소속으로, 프랑스 플럼빌리지(Plum Village, 자두마을)에 이어 2007년 전 세계에 세워진 여러 베트남 수행공동체들 중 한 곳이다. 우린 이곳에서 2박 3일의 안거수행에 합류하기로 했다.
새벽4시 기공 운동, 5시 좌선 및 예불, 경행, 7시30분 아침공양, 그룹수행 혹은 법문 및 토론시간, 12시 점심공양, 개별수행 및 영어강의, 6시 저녁공양을 기본으로, 매일 매주 마다 방문하는 대중들의 성향과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무척 인상적인 부분은 비구(사미), 비구니(사미니), 행자, 재가자가 한 도량에 다른 건물에 함께 수행하며, 서로를 향해 Sisters & Brothers라고 부르며 친형제처럼 지낸다는 점이다. 또한 15분에 한 번 씩 종이 울리면 그 순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바로 멈추고 그대로 서서 몇 초 간 마음챙김을 한 후 종이 멈추면 비로소 가던 길을 가게 하는 매우 중요한 규칙을 빼놓을 수 없겠다.
15분마다 멈추고 마음 챙겨
둥굴게 앉아 법문 듣고
소감 나누는 모습 인상적
우리를 태워다주신 불광선원 선문스님의 고마우신 사전교육이 아니었다면, 모두가 정지한 그 찰나에 우리만이 열심히 딴 짓(?)을 할 뻔 했던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19명의 Sisters와 12분의 Brother, 재가수행자 2분이 계신다. 스님들의 연령층이 20대 초반 등 매우 젊은 편인만큼 도량 전체가 마치 꽃이 핀 듯 환하고 맑은 느낌에, 최근 출가자 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는 부러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구 비구니계를 받고 5년 간 교육을 받고나면 법사(Dharma teacher)자격에 오르지만, 모든 공동체 안의 크고 작은 소임들은 2명씩 팀을 이뤄 돌리고 있었고 이 규칙에는 주지 스님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당연하지 하면서도 한 켠 법랍이 높아질수록 권위의 장판때가 쌓이기 쉬운 한국불교계의 현실을 비추어보게 된다.
구성원 중 몇 분은 미국생활 수십년이라 굉장한 영어구사력으로 모든 법회 진행을 베트남어-영어로 동시통역 하고 있었고, 바로 베트남에서 들어온 어린 스님들 역시 영국인 원어민강사를 초빙해 지속적으로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었다.
이 모든 생활방식은 틱낫한스님이 현 시대에 맞춰 새로이 구성 발표하신 계율문에 의지한 것으로, 비록 그들을 다 이해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웃고 얘기하고 수행하며 우리가 느낀, 서로 미룰 것도 없이 자발적인 실천행과 연령과 성별이 본래 없음을 말하듯 일체의 이분법적 사고(Dualistic thinking)를 넘어서서 기꺼이 낮추고 서로를 도우는 마음씀과, 아무리 들뜬 방랑자라도 저절로 편안히 가라앉을 수밖엔 없는 시스템적인 수행방법, 그리고 일방적으로 내지르고 돌아오는 피드백이 없는 한국 법회방식과 달리 법문시간 후에는 항상 재가자를 포함한 사부대중이 둥글게 모여앉아 서로의 법문을 들은 감회와 의문점 들을 나누고 서로서로 답해주는 토의시간을 갖는 점 등 특히 서양인들의 사고구조를 이해하고 포교하려는 스님들은 이러한 현지포교에 성공한 스님들의 전례를 잘 수용해 ‘내 것만’이라는 아상을 내려놓고 긍정적으로 벤치마킹 할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