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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돕는 빵집 ‘수행장’…질병·폭력 등 사회현상 ‘화두’(현대불교 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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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6.04 조회3,0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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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동종 버나드 글래스맨 설립
길거리 참선하며 ‘참여불교’ 지향
아우슈비츠 수용소서 묵언명상

미국 뉴욕에 있는 뉴욕 선원(Zen Center in New York)은 젠 피스메이커 오더(Zen Peacemaker Order, ZPO)라는 종파에서 세운 선원이다. 이곳은 선방에 앉아 명상과 수행을 하기 보다는 참여불교운동을 지향한다. 베이커리를 운영해 빈민을 돕고, 길거리 참선을 하는가 하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해 수감자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죽은 자를 위한 제례를 올린다.

이 세 가지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ZPO는 미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조동종 스님이 된 버나드 글래스맨(Bernard Glassman, 1939~) 스님이 기획한 것이다.
1939년 뉴욕 브룩클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버나드 글래스맨은 1968년 로스앤젤레스 선원에서 마에즈미 노사에게 선을 배우기 시작한다. 당시 스님은 UCLA에서 응용 수학 박사학위를 딴 재원으로 미국 유수의 국방산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에서 화성 스페이스셔틀 프로젝트 팀장을 지냈다. 이런 그가 1970년 사미계를 받고 1976년 뉴욕선원을 열고 젠피스메이커오더라는 종파를 설립했다.

빈민고용 베이커리 연매출 600만 달러
2년 후 버나드 글래스맨은 미국 뉴욕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용커스(Yonkers)에 그레이스톤 베이커리(GreyStone Bakery)를 연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선(禪) 수행’을 슬로건으로 마약과 술에 중독된 빈민들의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사업을 펼쳤다.
버나드 글래스맨은 제과점을 이윤을 내는 사업으로 보지 않고 일을 통해 수행하는 수행장으로 만들었다.
새벽 4시 45분에 새벽 참선을 시작으로 규칙적 제빵 작업 스케줄, 마약을 끊어야만 살 수 있는 무료 아파트, 젊은 엄마들이 일터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료 유아원 등을 세워 넘어진 자, 실의에 빠진 자들의 삶 곳곳에 이들을 지켜주는 버팀목을 세웠다.
이윤보다 수행을 먼저 생각했기에 그레이스톤 제과점은 개점 후 4년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제과점은 가난한 사람들이 빵을 만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을 하는 곳이지만, 제품은 고급스럽다. 처음에는 소매로 시작했지만 현재 고급 도소매 베이커리로 성장, 600만 달러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고 7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백악관에도 그레이스톤의 쿠키가 배달될 정도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모금 파티에도 그레이스톤의 쿠키와 브라우니가 함께 한다.
이런 그레이스톤 제과점의 성공스토리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사회적 기업의 모범사례로 선정됐으며, 하버드ㆍ예일ㆍ프린스턴ㆍ스탠포드 등 미국 주요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수업 주제로 활용하고 있다

빈민ㆍ노숙인 도우려면 직접 경험해야
1980년대가 되면서 40대가 된 버나드 글래스맨은 수염을 기르고 일주일 씩 ‘길거리 참선(street retreat)’을 이끈다. 자신이 도우려는 사람을 제대로 도우려면 그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하며 고통을 체험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보기(bearing witness)’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세상의 고통을 직접 보겠다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염주를 만들어 빈민을 돕기 위한 활동금을 모금하며 수련을 한다.
‘그대로 보기’ 수련회는 1996년부터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옮겨져 지금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매일 아침 아우슈비츠에서 비르케나우까지 도착해 묵언 속에 원형으로 둘러 앉아 명상을 한다. 이 수련회에는 불교계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종교지도자들과 재가자들이 참여하는데, 종교 대표들은 죽은 자를 위해 제례를 올린다.

참가자의 수기에 따르면 “그곳에서 수백만의 영혼을 느꼈고, 그들에게서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싶은 마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고 한다.
버나드 글래스맨은 은사 스님에게서 교육받은 화두선과 사회운동과 봉사에서 오는 것이 모두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젠 피스메이커 오더가 하는 일은 사회가 돌 보지 않는 상황으로 들어가 그 상황을 ‘화두’로 삼고 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노숙자, 빈곤, 질병, 폭력, 죽음의 상황을 경험하면 올바른 행동이 내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무엇을 해야 할지 해결방법을 알아낼 필요가 없다. 일단 우리가 우리의 전체 몸과 마음에 귀기울이면 사랑과 자비심이 발동한다. 이는 눈앞에 비틀거리는 사람이나 계단에서 떨어진 어린아이를 돕는 것처럼 간단한 것이다. 우리가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직접적이고 자연적인 행동으로 대하는 것이야 말로 최선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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