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8호] 미국에 불고 있는 채식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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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민호 작성일2012.07.04 조회2,7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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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로버트’라는 친구가 저희 절을 찾아 왔습니다. 선(禪)을 위해서 왔었는데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과 채식이 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을 알았습니다. 로버트는 10여 전에는 회계사였는데, 어느 날 형수님이 암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병원에서는 몇 달을 살지 못한다고 하였고, 그래서 그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방에서 암 치료에 관한 책을 찾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한국 한의사 선생님을 추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한의사를 찾아 갔습니다. 이 분은 이미 보스톤뿐만 아니라 미주 여러 곳에서 이름이 나 있었습니다.
로버트는 이곳에서 형수님을 치료하였고, 그 과정에서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직접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몇 달을 못 산다고 하던 형수님은 1년 반 이상을 사셨고, 그나마 넘어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더 오래 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로버트’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그는 잘나가던 회계사를 그만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채식의 중요함을 일깨우고자 직접 채식식당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또 매일 아침 1시간씩 빠지지 않고 10여 년간 선을 해 왔다고 했습니다.
패스트푸드가 가진 유해성들이 폭로되면서 점차 깨끗한 음식과 여유로운 식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유기농 야채를 파는 전문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채식과 자연식이 주목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전통적인 사찰의 음식문화가 주목받는 결과로 나타났고, 급기야 선식(禪食)이라는 브랜드까지 생겨났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웰빙이 시대적 코드가 되면서, 이제 발우공양이나 절밥과 같은 불교적 생활양식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불교적 음식문화는 잘못된 음식문화와 오염된 음식을 정화하는 대안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로버트’는 채식의 중요성을 알고 자신의 일까지도 버린 채 채식을 전파하고 있음을 보면서, 최근 조계종에서 개관한 절집 식당 “바루공양”은 미국 사회에도 어쩌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글-보스톤 문수사 혜각스님 www.munsu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