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나누며 마음도 전한다(불교신문 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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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04.20 조회2,97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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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가 살고 있는 버클리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앞장서는 진보적인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버클리를 다니다 보면 중고물품 가게가 즐비하다. 그 밑바탕에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가 중심에 서 있다. 보리사에서도 창건 초창기부터 계속 열리는 운영 프로그램이 바로 ‘Garage Sale’이다. 처음에는 2년동안 매주 토ㆍ일요일마다 계속 문을 열었다. 지금은 한 달에 한번 네 번째 주에 정기적으로 연다.
환경과 사회문제 관심 높은
버클리 지역 의식 바탕 위에
중고 물건 귀하게 여기며
‘물건의 인연’에 의미 부여해
계속 이런 활동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사찰재정의 독립적 펀드 조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전체 수익금의 50%는 어린 불자들의 한국 문화체험을 위해 조금씩 모으고 있고 나머지는 보리사 수익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두 번째 불교사상의 실천이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새로운 인연을 찾아 주고 있다. 그것도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싼 가격이다. 얼마나 인기 있는 마켓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매번 열릴 때마다 다음에 언제 다시 열리는지 물어보는 단골손님도 꽤 많다.
보리사 가까이에 사는 중국인 여성들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많이 사가지고 돌아간다. 함께 사는 가족이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가족이 모두 이민을 왔는데 계속 식구가 늘고 있어 필요한 물건이 많은데 이 마켓에서 싸고 질이 좋은 물건을 하나씩 고를 때면 얼굴 가득 행복이 듬뿍 담겨있는 모습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빨간색 목욕 가운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웃집 흑인 보살님이 너무나도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입고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중고물건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소중한 ‘Garage Sale’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세 번째로 지역 사회에 보리사를 알리는데 좋은 방법이다. 보리사 세일이 유명해지자 한인들이 물건을 모아 놓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보리사를 방문하여 두고 가는 분들도 있다. 현지인들도 입구에 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는데 집이 좁아져서 물건을 처리해야 할 때,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 갈 때 내어 놓는 물건들은 버클리에서는 인기리에 팔리는 물건이다. 주방용품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다.
이렇게 오픈이 되면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현지인에게 보리사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불자가 많기로 소문난 버클리 지역에는 티베트불교, 태국불교, 한국불교, 중국불교 등의 형식으로 다양한 사찰이 조성되어 있지만 이 행사 덕분에 보리사가 널리 알려지게 돼 흐뭇하다. 만약 미국에서 새로운 사찰을 오픈해 지역 사회에 알리고 싶다면 이 ‘Garage Sale’을 권하고 싶다. 이 노하우는 현지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물건을 들이고 나르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훨씬 더 기쁨을 얻어갈 수 있는 행사임에 분명하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보리사 국제 승가교육원 스님들이 배우고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미국이 불국토 되는 그 날을 향해 오늘도 한걸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