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화 18호] 함께 어울려 운동회 마치자 초보불자 마음까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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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섭 작성일2013.01.04 조회2,6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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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 청아사(주지 석담스님)에서는 신도회와 공동으로 아이젠하워 파크에서 운동회를 열었는데 초보 불자가 느낀 체육대회에서의 소감은 한마디로 “신나게 놀았다.”이다. 9살 아들은 큰 형들과 같이 운동해서 좋았다고 하고, 7살 아이는 땀이 흠뻑 젖어서 좋았다고 하고, 강아지는 아기들의 관심을 독차지해서 기쁜 하루였을 것이고, 남편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서, 나는 실컷 소리치고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쉬지 않고 게임을 하는 노보살님과 처사님들, 부끄러워 삐죽거리는 우리 애들을 다정하게 챙겨준 누나와 형들, 음식 준비하는 보살님, 심판 보는 스님 두 분, 마치 그림 같은 날이었다.
모처럼 즐겁게 놀았던 하루를 뒤돌아보면, 그 속에 세련된 무언가가 있었던 듯하다.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부처님의 가르침일 것이다. 절에서는 말 걸기도 조심스럽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던 새내기에게 운동회는 내가 청아사 신도라고 믿게 하였다. 야외에서 놀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이게 되고, 덕분에 쉽게 마음까지도 열게 된 것 같다. 아마 스님께서도 내가 얌전한 줄로 아셨겠지만, 그게 아닌 것쯤은 눈치 채셨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절에 다니던 때가 지금 내 둘째 아이 나이였을 것 같다. 버스도 없는 산골 마을에서 자란 나는 엄마를 따라 백련사에 다녔다. 절에 가면 맛있는 과일과 떡이 있었고, 함께 그림 그리고 이야기 나누었던 초연스님은 친구이자 선생님이셨다. 초파일에는 연등불을 켜고 끄는 심부름을 했었고, 가끔 108배를 올렸던 기억도 난다. 30여 년이 넘도록 돌고 돌아온 지금, 절의 공양음식이 맛있다며 따라나서는 내 아이들을 통해, 잊고 있었던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머리로 생각지 않고 부처님께 다가가는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어렸을 적 기억 덕분일 것이다. 이런 것을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나? 묘한 인연으로 청아사를 알게 되고, 저절로 마음의 고향을 찾게 된 것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아이들도 먼 훗날 지금을 추억하기를 바라며, 어디에 있든지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속 깊은 불자로서 자라기를 기도한다. 글 청아사 신도 손명선 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