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사에 가고 싶다(불교신문 13/06/05) > k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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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에 가고 싶다(불교신문 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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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6.05 조회2,5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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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다

이른 아침

날개 큰 고니를 비롯한

물오리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번뇌가 다 사라진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선방에서 좌선하고…”

한국이나 미국이나 밤 운전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주지 스님은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우리 일행을 쉬게 하려고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참을 더 달려서 원각사에 도착했다. 밤하늘이 맑다. 바람이 시원하다. 어디선가 물오리 소리가 들린다.

시차 적응이 안 된 탓인가 아니면 번뇌가 많아서인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새벽 포행 길을 나섰다. 안개가 나지막이 깔려 있다. 멀리 한국형 부도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저 부도가 이곳의 시작이고 기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허당 법안스님의 부도다. 스님은 이곳 원각사를 창건하고, 숭산스님과 함께 한국불교를 미국사회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지난 3월 6주기 추모법회를 가졌다고 한다. 스님의 원력이 이제 더 큰 꽃으로 피어날 때가 되었다.

원각사에 대작불사가 시작됐다. 첫 시작은 부처님 진신사리탑을 모시는 일로 출발하였다. 높이 10미터에 달하는 청동불상도 세워졌고, 단계적으로 전통 한국식 법당과 요사채, 선방, 납골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외국에서 한국식 법당을 세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원각사 부처님이 인연과 때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통도사 정우스님(현 구룡사 회주)이 나서 주었다. 주지 지광스님은 일의 순서를 가릴 줄 안다. 청룡 백호가 번갈아 힘을 보탠다.

일요법회가 열렸다. 의식이나 진행은 한국법당에서 행해지는 법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다리가 불편하신 신도나 좌식문화가 서투른 그곳 사람들을 위해서 뒷부분에 의자를 설치했다. 참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건너면 뗏목은 두고 가야지, 뗏목이 고맙다고 머리에 이고 갈 수는 없는 것처럼, 전통이라는 형식도 상황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주지 스님은 한국에서 오시는 스님들께 더러 법문을 부탁한단다. 이번에는 유니언 신학대학에 강연 차 오신 도법스님이 법문을 했다. 모처럼 한국에서 오신 스님들의 법문은 신도들의 수행과 가람수호를 위한 신심과 원력을 다지는 또 다른 계기가 되는 모양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주지 소임을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회는 물론이고 기도하고 수행하는 일, 신도들의 크고 작은 애경사를 챙기는 일, 그리고 가람을 수호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대부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아무 스님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 스님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 땅에 한국 불교가 처음 들어간 것은 하와이 이민자들과 함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단이나 사찰 차원의 전법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기독교나 가톨릭은 이민을 가는 배 안에서도 체계적인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이것은 곧바로 정착지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형성했다. 그러나 불교는 이런 교단적 활동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1960년대에 경보스님 등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포교활동이 시작됐다. 그동안 많은 스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훌륭하게 전법을 펼쳐왔다. 물 다르고 말 다른 먼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들을 위한 법회는 가장 중요한 포교활동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말 보다는 영어가 자유로운 교포 2~3세대나 원주민을 상대로 하는 법회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한국불교만의 특징적 가르침들이 영어로 번역되고 출판되는 일은 여러 영역으로 한국불교가 나아가는 길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출가한 스님도 많이 배출돼야 한다. 일본이나 티베트 그리고 다른 불교권의 나라들은 이런 문제를 앞서 고민했다. 그런 나라들과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우리와 고민하는 단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스님들이나 불자들은 대개는 독자적인 입장으로 전법활동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가르침이나 여러 가지 수행법의 차원에서는 좋은 장점도 많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 함께 해결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다행스럽게 미국에 처음으로 해외교구가 설립됐다. 종단과 미주교구가 체계적인 협조와 노력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주교구장 휘광스님과 소임자 스님들은 비로소 한국불교의 대표성을 짊어졌다는 책임감과 원력을 함께 가지게 됐다. 더불어 종단의 지원과 관심을 부탁했다.

지광스님은 해인사에서 기본수행을 마치고 미국에 건너와서 다시 서양철학을 공부했다. 미국 문화 속에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세월이 25년이 넘었다. 이제는 동양은 서양의 눈으로, 서양은 동양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었다. 원각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오래된 준비였다. 스님께 ‘원각사 불사의 방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고향’이라고 대답한다. 대답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타향에서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고향을 늘 그리워하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다. 더구나 외국에 나가있는 사람들은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그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스님의 목표이다. 그 고향은 단지 태어난 곳을 넘어 우리들의 ‘본래의 성품(圓覺)’, 부처님 자리로 돌아감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탐진치 삼독을 지혜와 자비로 승화시켜, 하는 일마다 사는 곳곳마다에서 부처를 꽃피워내는 일이 고향을 건설하는 일이다.

원각사에는 넓은 호수가 있다. 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다. 이른 아침에 날개 큰 고니를 비롯한 물오리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번뇌가 다 사라진다. 잔디밭에 야생 사슴들도 가끔 내려온다. 마음 한구석에 원각사에서 한 철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철 몰라서 하는 생각이리라. 하지만 비구가 철을 아는 것도 문제다. 철이 들면 아무것도 안할 것이니까…. 철 모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아무 때나 일을 벌여서 주변을 수고스럽게 한다. 어쩌란 말이냐. 꿈속에서 꿈을 찾는 일이다. 원각사에 가고 싶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선방에서 좌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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