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28호] 일감스님 미국 기행문, 스님, 청안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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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7.12 조회2,7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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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이나 꽃은 아름다웠다. 뉴욕의 여기저기에는 얼른 보면 빛이 바랜듯한 연분홍빛 목련이 이국땅 낯선 나그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열린 불교와 기독교 콘퍼런스 취재차 미국을 다녀왔다. 빠듯한 행사일정 틈새를 비집고 말로만 듣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링컨센터, 그리고 타임스퀘어 등을 돌아보았다. 특히 밤에 본 브로드웨이는 화려하였다. 여러 생각이 있었다. 첨단 광고방식을 구경해서 좋았지만, ‘전기, 참! 많이 소모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민하고 있던 터라 전기 걱정부터 하였던가 보다.
광고 내용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광고에 나온 물건들을 소유하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업 광고를 하는 중간에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인종과 다양한 사상이 있지만, 똑같은 불성(佛性)을 갖춘 존재들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서로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광고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광고도 함께 말이다. 이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이고....
미동부특별교구장 휘광스님이 계시는 불광선원과 원각사를 참배하였다. 교구장 스님은 최초의 해외교구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지니고 계셨다. 교구종무를 함께 담당하실 국장스님들과 장단기 계획을 준비하시면서 종단이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을 당부하셨다. 더불어 미주교구가 한국불교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셨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원각사로 향했다. 원각사에는 또 다른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넓은 부지의 중심에 부처님 사리탑과 원각사를 창건하셨던 법안스님의 부도가 있었다. 법안스님은 미주 한국불교의 큰 어른이셨다 한다. 하지만 원각사 대작불사의 꿈은 후학들에게 남겨 놓으셨다. 이제 통도사 정우스님과 원각사 주지 지광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힘을 합하여 원력을 함께하고, 기도해서, 큰 불사를 이뤄 낼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불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시내 중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장점도 있을 것이다. 특히, 넓은 호수를 잘 활용하면 번뇌를 내려놓고 걷기 명상을 하거나,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좌선(坐禪)수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한국불교를 미국에 알리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한국불교를 대표할 만한 한국식 사찰이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거기다가 중국불교나 일본불교와는 다른 한국불교만의 특징 있는 가르침을 편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심스럽고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한국불교는 한국불교인가? 라는 주제이다. 큰 스님들이나 학자들도 논문이나 법문을 하실 때, 대부분 중국선사의 얘기나 기록물을 인용한다는 것이다. 원효스님이나 의상스님, 지눌스님, 근세의 성철스님 또는 그 외 큰스님들도 얼마든지 훌륭한 어록이나 행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히려 우리를 잘 모르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한국불교를 얘기하면서도 중국선사들의 얘기를 하게 된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일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외국인을 이해시킬 일이 아니다.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단추를 잘 맞게 꿰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전통과 미래를 잘 접목한 한국식의 법당을 건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거기다가 한국불교 사상을 정립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해외교구 설립을 계기로, 해외에 나가 계시는 한국 스님들께서, 한국불교의 특징을 멋지게 펼칠 수 있도록, 해외교구와 종단이 더 많은 노력을 함께하기를 바란다.
스님! 한국에서는 여름 결재가 한창입니다. 장마철인데도 비가 많지 않고 무척 덥습니다. 여름 감기 조심하시고요, 평소에도 고맙습니다만, 저번에 여기저기 구경시켜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청안(淸安)하시기 바랍니다. 글-불교신문 주간 일감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