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28호] 멀리서 날아온 편지, 미국에서의 일요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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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7.12 조회2,9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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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교수(현 서울대 치대 교수, 사진 우측)로 메릴랜드 치과대학에서 한 달 동안 지내게 되었다.
6월 17일 한밤에 평생도반 수형과 함께 볼티모어 공항에 도착하였고, 이튿날 화요일 아침 일찍 학교에 들러 여러 가지 수속을 마쳤다. 23일 볼티모어에서의 첫 일요일을 맞아 메릴랜드 브룩빌에 있는 워싱턴법주사(주지 허관스님)로 향했다.
지난해 4월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어 두 번째 방문이 되는 셈이다. 볼티모어에 사는 아들 내외와 함께 한적한 시골 길을 40여 분 달리니 허리 높이 정도의 4각 벽돌 기둥 두 개가 일주문 대신 세워져 있고 오른쪽 기둥에 워싱턴 법주사라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5,000평에 달하는 절의 넓은 잔디밭이 단정히 깎은 머리를 조아리고 반겨주는 듯하다. 듬성듬성한 이웃집들과 담장 없이 잔디밭을 공유하니 2층 주택인 절 건물이 멀리 섬처럼 떠 있다. 절 잔디밭 사이로 난 아스팔트 찻길을 따라가 절 앞에 당도하니 ‘법주사’라는 한자 현판이 현관문 위에 붙어 있어 절 건물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문을 여니 주지스님께서 반가이 맞아주신다.
마침 이날이 아버님 기일이어서 주지스님께는 미리 전화로 제사 준비를 부탁해 놓은 터였고, 11시 일요정기법회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하였다.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주지스님과 환담을 하는 동안 신도분들이 속속 도착하여,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시에 사시 예불을 올리며 법회가 시작되었다.
신도분들이 모두 함께 천수경, 칠정례, 이산혜연선사 발원문 등을 독송하였고, 법요집에 따라 신도분들이 함께 읽는 내용이 많으니 하나로 동참하는 느낌이 더욱 커지는 법회 구성이다.
사시 예불의식이 끝나고 한 거사님의 수계와 법명 수여가 있은 후에, 허관 주지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정토삼부경인 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의 대의를 알기 쉽고도 간곡하게 설해주셨다. 특히 법장비구 48대원 중 제18원인 십념왕생원을 자세히 설해주셨고, 유심정토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정면에는 항마촉지인의 부처님과 관음 세지 협시보살님을 모셨고, 향우의 벽에는 신중탱,
향좌의 벽 효행단에는 아미타불 관음 세지 삼존의 탱화 앞에 지장보살님께서 좌정하고 계시다.
영단에 효행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국땅에 온 교민들의 조상을 그리는 마음을 잘 풀어내 주려는 주지스님의 배려이시다. 덕택에 법회가 끝나자 이어서 아버님 제사를 올렸다. 미국에서 올리니 다른 형제들이 참여 못하였으나, 아들 내외가 나물 등을 손수 만들어 참여하게 되어 의의 깊은 제사가 되었다.
점심 공양이 끝나고 지하 강의실에서는 냉난방 기술전수학교 학생들이 모여 강의 및 실습을 하였다. 이는 한인들의 실질적인 삶에 도움을 주자는 주지 스님의 원력으로 작년 8월 1기 교육을 시작으로 2기까지 60여 명의 수강생들 거의 전원이 냉난방 종합면허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었다. 올 8월 25일부터는 3기가 시작되며, 수강료는 무료이고 약간의 교재비만 필요하다고 하니 많은 분이 참여하면 좋을 것이다. 타종교인도 수강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에서 주지스님의 무량한 원력을 엿볼 수 있다.
공양주 보살이나 처사 없이 스님 혼자 제초, 제설 등 절 운영에 혼신을 기울이고, 신도분들의 평안한 쉼터 겸 신행을 증장시키는 도량을 일구어 가는 스님께서 이곳이 곧 서방정토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글- 국제포교사회 명예회장 경주 배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