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33호] 세계일화 인터뷰: 미국 애리조나 법흥사 법흥선원 주지 법연스님 > k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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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33호] 세계일화 인터뷰: 미국 애리조나 법흥사 법흥선원 주지 법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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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12.26 조회3,2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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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장삼만 도둑맞지 않으면 돼요. 상구보리 하화중생만...


미국 애리조나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피닉스에 있는 법흥사 법흥선원이고, 또 하나는 투산에 있는 서종사이다. 이 두 사찰을 세운 법연스님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에서의 포교활동에 대해 듣기 위해 1118일 한국불교네트워크 회의실에서 스님을 만났다.

 

어떻게 미국에서 사찰을 세우게 되셨는지요?

제가 미국 영주권자라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미국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미국에 머물 때 공항이나 길거리에서 불자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한결같이 한국에는 절도 많고 스님들도 많은데 왜 미국에는 없느냐? 너무도 절에 가고 싶다. 스님을 이렇게라도 보니 매우 반갑고 잃은 부모를 만난 듯하다. 그런 말씀들을 하셔서 결제는 한국에서 하고 나머지 한 철은 미국에서 지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러고 나니 법당에 부처님을 여법하게 모셔야겠다는 원력으로 불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순 맨손이었죠. 깨치신 큰스님께 절 이름을 받아야겠다 해서 용화선원 큰스님께 부탁드렸더니 법흥사라는 이름을 주셨어요. () 법에 흥할 흥(). 법이 흥하라. 선원이 있으면 좋겠다 해서 청했더니 법흥에 선원만 붙여라 해서 법흥사와 법흥선원을 같이 쓰게 되었습니다. 등록도 그렇게 했고요. 20077월에 절을 열게 되었습니다.

 

서종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요?

법흥사에서 두 시간 거리 투산에 신도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곳에 원래 절이 있었는데 그 절을 세운 보살님이 이사 가면서 절을 갖고 가는 바람에 절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신도 분들을 위해 가정 법회를 하면 되겠다싶어서 불감을 모시고 이집 저집 다녔습니다. 그런데 연로하신 분들은 차 몰고 오시기가 너무 힘드신 겁니다. 그래서 삼년 전인 2011년도에 투산에 조그만 아파트를 빌려서 부처님을 모셨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미국이 서향에 있죠. 그래서 부처님 법이 서쪽에서 동쪽인 우리나라로 와서 다시 서쪽 미국으로 갔다는 뜻에서 서종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종은 뿌리 종()이구요. 불법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갔으니까요. 다 부처님 인연이죠.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은 제가 스님이 될까봐 미국으로 이민까지 가셨는데 저는 다시 한국에 와서 스님이 된 거에요. 80년대에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언어 문제가 없으니 현지 전법에 유리하실 것 같은데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외국인이 와도 먼저 법당에서 명상을 하도록 합니다. 법흥사와 서종사는 항상 용화선원의 큰스님 송담스님 법문과 조실 전강스님 법문이 틀어져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한국어 뜻은 몰라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염불 들으면서 느끼는 것과 같은 거지요. 그러고 나서 그 신도가 질문을 하게 되면 그때는 영어로 대화하는데 사실 한문이나 우리말의 풍부한 의미를 영어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비유를 써서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공을 그대로 말하면 있다’ ‘없다로만 알고 제대로 이해를 못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처럼 저도 비유를 많이 사용해서 설명하죠.

 

 

신도는 얼마나 되나요?

한국에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한 30분 정도 됩니다. 서울과 광주에 흩어져 있구요. 캐나다에 한 20명 정도. 제가 선방 다니면서 알게 된 오랜 신도들이죠. 초파일 때 연등 달아주는 신도들요. 제가 미국에서 절을 한다고 하니까 아이고 스님 어떻게 그 일을 하시겠냐고 놀라시던 분들이에요. 그냥 인연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말씀드렸죠. 불사할 때도 80% 정도는 이분들이 도와주십니다. 법흥사 행사할 때는 신도 분들이 60여명 정도 오시고 성도재일 마지막 날에는 12일 철야 용맹정진을 하는데 20-25명 정도 같이 하시구요. 모두 법흥사는 대가족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행사 때 모이면 일가친척이 모인 것 같지요. 위아래를 지켜서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고 무엇 하라 시키지도 않고요. 본인들 스스로 알아서 서로 지킬 건 지켜 가면서 가족처럼 지내지요.

 

내년 한국 사찰 순례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신도 분들께 그랬어요. 이대로 나이 들어서 죽으면 한국의 부처님 도량 한 번도 못 보고 간다. 그래서 3년 동안 비행기 값만 모아서 한국으로 성지순례 오기로 했지요. 와서 절에서 잠자고 새벽에 예불도 하고. 416일 용화선원 큰스님 법문 듣고 순례가 시작됩니다. 보궁도 참배하려고 합니다. 13명 정도 될 것 같은데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제가 직접 운전해서 다닐 예정입니다. 신도들이 힘들지 않겠냐고, 제대로 되겠냐고 걱정하면 아, 걱정하지 말라고, 부처님께서 잘 해 주실거야, Dont' worry, be happy라고 말합니다. 제가 그래요. 모든 일은 다 부처님이 해주신다. 뭐든 안 된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습니다.

 

미국에 포교 가시는 스님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을 들려 주십시오.

제일 먼저 절에 오는 신도들과 마음을 열고 가까워져야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많은 것을 주고 싶고 알려 주고 싶어도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주기만 하면 신도들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불편해집니다. 우선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차도 같이 마시면서 얘기를 들어주고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도들도 새 스님 알고 싶어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그분들의 삶을 알면서 가까워지는 것이죠. 가까워지되 절대 선을 넘어가면 안 됩니다. 대접한다고 대접받고 뭘 준다고 덥썩 받아도 안 되고요. 손도 안내밀고 받지도 않고. 그러면 그들이 가까이 옵니다. 모든 보시는 직접 불전에 넣도록 해야 합니다. 가족처럼 가깝게 되더라도 스님의 자리는 지켜야 합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요.

저희는 절에 오면 기본적 예절을 지키도록 가르칩니다. 누구든 향 올리고 청수물 올리고 공양 마지 올리고 합니다. 이번에 좌복 보시 받아 신도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고, 아니 빌려주고 집에서 참선하고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집에서 잘 수행하고 성도재일 때는 절에 가져와서 수행하고. 절대 내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니 죽으면 절에 반납하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인연 따라 살라는 큰스님의 법문대로 살려고 합니다. 큰스님 법문 듣고 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신도들과 어울리고 내 공부도 하고. 이제 내가 해줄 건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을 내밀지도 않을 것이구요. 이번에 점안식 할 때 소불 개금 부처님상 50분도 모셨는데 제가 절 문을 열어놓고 다닌다니까 거사님들이 그럼 도둑맞는다고 cctv를 설치해 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래요. 도둑이 들어와서 개금 부처님이 외국인 눈에는 금으로 보여 안고 가더라도 나중에 금이 아닌 걸 알게 되면 그냥 자기 집에 놓아두겠지요. 웃고 있는 부처님을 어쩌겠어요. 그럼 졸지에 그 집은 부처님을 모시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건 뭐 무서워 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도둑질해서 갈 때도 죄책감 느끼지 않겠나 부처님이 빤히 쳐다보고 계시는데. 그러니까 이런 것은 걱정 안 해요. 그냥 부처님이 주신 가사와 장삼만 도둑 안 맞으면 좋겠다. 죽어도 가져가겠다. 다음 생에도 스님이 되어야 하니까. 상구보리 하화중생만 이루어지기를, 그것만 기도합니다.

 

법흥사는 간화선으로 부처님의 정법을 펴고자 20077월 창건되었으며, 전통 한국식 사찰을 건립하기 위해 불사 중이다. 불사를 마치면 템플스테이를 운영할 수 있는 사찰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929일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나반존자 그리고 소불 석가모니불 50분에 대한 점안식을 봉행했고 내소사 봉래선원 철산스님을 계사로 보살계 수계식도 진행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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