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31호]세인트루이스 부다나라(불국사), 크나큰 원력으로 애틀랜타에 제2의 포교 도량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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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10.16 조회3,9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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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인트루이스에는 부처님 나라의 절, 부다나라(불국사)가 있다. 이제 10년밖에 안되었지만 신심과 열성으로 똘똘 뭉친 스님과 신도들로 널리 알려진 절이다. 그런데 부다나라가 이번에 또 큰일을 해냈다. 애틀랜타에 제2의 부처님 나라를 세우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의 한국불교 포교가 얼마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미국도 그 예외가 아니란 걸 안다면 세인트루이스 불국사가 이루어낸 이번 일이 얼마나 희귀하고 놀라운 사건인지 짐작이나 될까. 9월 10일 한국불교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선각스님과 후원회를 만났다.
“처음부터 애틀랜타에 도량을 세우려고 한 게 아닙니다. 그곳에 있던 사찰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갈 곳 없던 신도들이 스님 법문을 듣겠다고 그 먼 곳에서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까지 비행기는 1시간 반, 자동차로는 10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도 계속 오시는 거예요. 그분들께 죄송스러워 제가 애틀랜타로 가서 일요법회를 했습니다. 신도 분들의 열성 때문에 힘들어도 중단할 수 없었습니다.”
스님을 뵙고 싶고 불법을 배우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 막막하고 답답한 신도들의 마음을 선각스님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스님은 지금까지 10년 넘게 미국 땅에서 부다나라를 지키고 계신다. 선각스님은 1998년 워싱턴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불교와 참선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부처님 제자들의 참선모임’을 지도한 것을 계기로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체계적으로 포교하겠다는 원을 세우게 되었다. 스님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후원회가 결성되고 마침내 2002년 5월 11일 세인트루이스에 대한불교조계종 정식 등록 사찰 불국사(미국 등록명: 부다나라 템플 Buddhanara Temple)가 세워졌다.
기반 없이 세워진 사찰이라서 모든 문제를 스님 혼자서 다 해결해야 했다. 궁핍한 재정에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 없는 냉방에서 지내기는 보통이었다. 그러나 교포들에게 고향이 되어주고 유학생들에게는 엄마가 되어주면서 부다나라는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아 갔다. 스님도 법회와 강연, 참선 지도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많은 사람에게 부다나라를 알렸다. 인근 대학에서 강의도 하는 등 현지인들에게도 한국불교의 가르침을 전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도 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매달 둘째 주 일요일마다 애틀랜타로 가서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를 빌려 일요법회를 가졌습니다. 신도들이 오지 않으면 그만두어야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계속 더 오시는 것에요. 장소를 빌려 쓰다 보니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도 있고, 그래서 더 여법한 도량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싶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부다나라는 지난해 12월 16일 애틀랜타에 총 4만1277여㎡(10.2에이커) 규모의 부지와 건물 1동, 부속건물 3동을 매입했다.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면 법당은 물론 템플스테이와 수행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10년이라는 그간의 어려움을 돌아보면 결코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그 바탕은 무엇일까. 스님은 무엇보다 스님을 믿고 따라준 신도들이 있었기에 이만큼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신도 한 분 한 분이 다 보살이라며 고맙다 하신다. 먼 미국 땅에 한국 불교를 뿌리내리려는 스님의 원력 하나를 알아보고 후원회를 결성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랫동안 스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법등장, 극락심, 대승행, 선법장, 일심행 보살님들. 한국에 스님이 계시지도 않고 함께 모일 절도 없었지만 변함없는 신심으로 이국에서 고생하시는 스님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스님과 이 보살님들은 아마도 전생에서 적어도 세 번의 생(生) 정도는 인연이 있지 않았을까?
해외포교의 일선에 계신 스님이 국내에 바라는 지원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인터넷이 많이 발달하긴 했지만, 문서 포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항상 더 많은 자료가 있었으면 생각하죠. 불교가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는 작은 크기의 영문 책자를 만들어서 해외의 각 사찰에 배포하면 포교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절에 다니며 불교 신자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미국에 살게 되면 대다수가 교회로 옮겨가는 현실에서 선각스님과 신도들의 원력으로 일구어낸 부처님 나라 도량들이 더 크게 더 아름답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제주 왕벚나무로 화려하게 장엄할 도량에 울려 퍼지는 법음은 그대로 극락정토이리라. 애틀란타 부다나라는 내년 6월 초 첫째 주 일요일 개원 예정이다.
글 편집부
사진1 애틀란타 부다나라 전경
사진2 선각스님을 후원하고 있는 일심행(우), 극락심, 대원심보살님과 선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