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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찰서 맞는 부처님오신날(불교신문 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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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7.05.23 조회2,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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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는 불자들의 마음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낯선 외국 땅에서 한국불교를 전하는 해외사찰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미국 댈러스 보현사와 영국 런던 로터스마인드템플의 봉축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심으로 봉축을 준비하는 스님과 불자들의 모습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보현사        

 종교 각축장서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

 

보현사 신도들은 지난 3월부터 연잎을 비벼 연등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법당 안을 장엄한 연등에 등표가 달렸다.

이역만리라고 해도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는 불자들의 모습은 한국의 여느 사찰과 다르지 않다. 한국에 비해 교세도 작고 신행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신도들 신심은 뒤지지 않는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보현사(주지 지암스님, www.dallasbohyunsa.com)에서는 음력 4월8일 부처님오신날 직전 토요일마다 봉축축제를 열고 법요식과 연등행렬을 함께 한다.

보현사는 매년 3월부터 법당과 사찰 주변을 연등으로 장엄한다. 올해는 신도들이 주말마다 힘을 모아 3월11일부터 몇 주에 걸쳐 연등 전기선과 노후된 연등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부터 몇몇 신도들은 짬을 내서 연잎을 비벼 연등을 만들었다. 4월초에는 절 주변으로 장엄등을 걸고 불을 환히 밝혀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졌음을 이웃들에게 알렸다.

서울에서 연등회 연등행렬이 한창인 지난 4월29일 부처님오신날 봉축축제가 열렸다. 평일엔 신도들이 회사에 가거나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부처님오신날 직전 토요일 오후가 되면 신도들이 사찰로 모인다. 봉축법요식은 신도들이 육법공양을 하고 주지 지암스님 법문을 듣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에는 관불의식과 어린이 불자들이 장기자랑을 했다.

어린이 불자들의 장기자랑 시간은 지켜보는 어른과 참여하는 학생들 모두 흥겨운 시간이다. 미국에서는 가족단위의 신행활동이 일반적이라 어린이 청소년들을 사찰에서 보는 게 어렵지 않다. 보현사에도 어린이 청소년 불자들이 제법 많아 이들을 위한 법회를 운영하고 있다. 엄마들이 지도교사가 돼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한국역사 등을 가르쳐준다. 지암스님은 일찌감치 부처님 품에 귀의해 불연을 맺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기자랑 순서를 마련하고, 학생들을 격려한다. 

오후9시가 되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점등식과 연등행렬이 시작된다. 보현사가 위치한 에이브라함로드에는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한다. 대형교회를 비롯해 이슬람교, 힌두교, 시크교 사원이 밀집해 있는데, 각 종교의 명절이 되면 떠들썩하게 행사를 치른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은 보현사에서 파티가 열린다. 신도들이 곱게 한복을 입고 연등행렬을 하면서 이웃종교와 함께 부처님 탄생을 축하한다. 서울 종로거리를 누비는 한국의 불자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날만큼은 보현사 신도들이 에이브라함로드의 주인공이다.

미국이 개신교가 중심이고, 한인 교회도 많은 것과 달리 한국 사찰은 다른 나라 불교사찰보다도 열악한 게 사실이다. 교회공동체와 비교해도 차이가 나지만, 부처님가르침에 의지해 살겠다는 불자들의 신심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지암스님은 신도들이 부처님 법을 제대로 배우고 그것에 기반해 참선수행을 하고 자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동시에 다양한 행사들로 신도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봉축축제 외에도 연말에는 ‘불교인의 밤’ 파티도 연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산 불자들에게 상품도 주고 공로상 시상도 하는가 하면 청소년 불자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또 설과 추석명절에는 합동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면서 이민 1.5세대와 2세대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알려주고 있다.

스님은 타향살이로 강퍅해진 신도들이 보현사에서 마음의 안정과 안식을 얻길 바란다. 보다 많은 신도들이 편하게 정진할 수 있는 전법수행도량으로 만들겠다는 원을 세우고 최근에는 도량불사도 추진하고 있다. 언제 어느 때고 참선할 수 있는 선방과 어린이 청소년불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 공양간과 법당을 차례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암스님은 “보현사는 최근 불교대학을 설립해 이민 2~3세대를 통해 현지인 전법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이란 나라에서 수행이 근본이 되는 교육도량으로 자리매김해 한국불교를 알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 영국 런던 로터스마인드템플

 

 현지인 먼저 손내밀어 봉축행사 고민 끝!

이사 준비로 마음 부담 커도

학생들 도움으로 5월 중순

부처님오신날 이벤트 개최

 

 

로터스마인드템플 법전스님은 지난해 킹스턴대학에서 봉축행사를 마련했다. 비빔밥을 만들고(사진 위) 관불행사를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영국 런던 로터스마인드템플(Lotusmind Temple, cafe.naver.com/lotusmind)은 요사이 이사준비로 바쁘다. 렌트비 부담이 커 지금보다 작은 공간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찰에서 봉축법회를 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차에 이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자윤, 법전, 종성스님은 부처님오신날 행사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실망감이 컸다. 지난 3월19일 기도를 회향하고 연 불교미술전시에 온 사람들이 봉축행사를 언제 하냐고 물어 보았을 때 스님들은 형편이 어려워 못할 것 같다고 솔직한 사정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지난해 킹스턴대학에서 부처님오신날 이벤트를 함께 하며 좋은 기억을 가진 학생들이 도와주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이사로 힘들고 지쳐있을 때 먼저 다가와준 사람들 덕분에 스님들은 기운을 냈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5월 중순경 학교에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해 행사가 얼마나 기억에 남았으면 학생들까지 행사를 돕겠다고 나섰을까. 킹스턴대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법전스님은 평소 불교와 명상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고민하다 부처님오신날 이벤트를 준비했다. 한국에 있는 도반 스님에게 부탁해 필요한 물건을 받았다. 거리에 걸 주름등부터 연등 만드는 재료, 비빔밥에 넣을 고사리, 차담에 쓸 약과, 연근차, 현수막까지 3~4박스를 받고 보니 택배비도 엄청났다.

미술전공을 십분 살려 법전스님은 작은 강의실 하나를 전시장 겸 법당으로 꾸몄다. 탁자를 세워 불단을 만들고 향과 차, 꽃과 과일, 과자를 올렸다. 중앙에는 A4크기로 인쇄된 탱화를 세웠다. 양쪽 벽에는 스님이 직접 그린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바닥에는 퍼즐매트를 깔아서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6시간가량 행사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에게 합장하고 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비롯해 관불의식도 체험했다. 탄생게를 외치는 아기부처님 모양불상에 찰흙을 붙여놓고, 원래 불상의 모습이 나올 때까지 참가자들이 직접 물을 뿌리고 수세미와 솔로 문질러 씻기도록 했는데 모두 즐거워했다.

또 그룹을 지어 연등을 만들고, 비빔밥도 같이 만들어 먹었다. 이날 하루 준비한 비빔밥만 80인분으로, 혼자 한 그릇씩 먹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한 조를 이뤄서 먹을 만큼 밥과 나물을 넣어 먹게 했다. 한국 학생들은 ‘고향의 맛’이라며 야단이었다. 처음엔 낯선 맛에 조금씩 먹던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고추장이나 간장을 넣어 몇 번을 비벼 먹으며 80인분을 뚝딱 해치웠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연근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나눴는데 참여한 학생들 모두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황당한 일도 있었다. 행사장 주변에 부처님오신날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한국에서 공수해온 주름등을 달았는데, 다음날 두 개만 남아 있고 모두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스님도 화가 나고 속상했다고 한다. 며칠 후 같이 등을 달았던 한 친구가 학교 오는 길에 등을 봤다고 해서 찾아가 창문으로 보니, 집 거실 한가운데 주름등을 걸어놨더라는 것이다. 법전스님은 “오색연등이 영국 사람들 눈에도 예뻐 보였는지 집에다 장식한 것을 보니 웃음도 나고 가족이 행복해 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다 풀렸다”고 한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준만큼 올해도 현지인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스님들은 공간 문제로 여전히 속을 끓이고 있다. 뉴몰든의 작은 한인 타운에 교회만 50개가 넘는데, 한국 사찰인 로터스마인드템플은 비싼 월세 때문에 자리를 못 잡고 이집 저집 이사를 다녀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법전스님은 “이사가 힘들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는 분들을 생각해서 기운을 내고 있다”며 “불사 중에 가장 의미 있는 불사가 인재불사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많은 스님과 불자들도 해외서 젊은 스님들이 공부하고 포교하는데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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