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현장에서] 봉사자들과 만들어가는 도량(불교신문 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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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8.12.21 조회2,65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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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과 함께 미국 붓다나라 불국사 도량을 정비하는 모습. |
겨울에도 풀을 뽑아 주고 나무도 심을 수 있을 정도로 땅도 얼지 않고 영하로도 거의 내려가지 않을 만큼 미국 남동부 애틀랜타가 온화한 날씨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라 하더라도 밖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며칠 전에는 꺼진 곳을 메울 흙을 20트럭을 매입했다. 허나 올 겨울은 이상기온으로 비가 오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흙을 옮기던 덤프트럭도 진창에 빠져 고생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랜만에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햇살도 따사로워 일하기 좋은 날씨가 앞으로도 며칠간 지속된다 한다. 이런 날은 절을 지키는 해탈이(진돗개)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마음을 알았는지 시간을 낼 수 있는 신도들이 고맙게도 가든 일을 돕기 위해 아침부터 사찰을 찾아 왔다. 오늘 봉사하기 위해 사찰을 찾은 신도님들 중에는 역시 스포츠 트레이너인 챠렌트 와 청소년 축구 감독이면서 노스조지아대학(University of North Georgia)에서 스포츠 건강관리학을 전공하는 맥스도 함께다. 용맹정진 법회도 함께했고 백팔대참회도 열심히 하는 두 사람은 토요 참선 법회에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사찰을 찾아 봉사를 했다. 수행열정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가는 것이 보인다. 챠렌트는 내년 초에 한국을 방문해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잠시나마 수행 하고 싶어 하고 대학에 재학 중인 맥스도 학사일정이 허락이 되는대로 그 뒤를 잇고 싶어한다.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여름에 시로부터 기증 받아 도량 한 켠에 쌓아놓은 나무 칩을 일륜차로 날라서 나무나 꽃밭에 덮어 주는 일인데 이렇게 해주면 풀도 많이 나지 않고 거름도 되고 해서 일석이조이다. 다섯 명이 열심히 하다 보니 산처럼 쌓여있는 나무 칩도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 점심으로는 라면 공양이었지만 꿀맛이다. 해가 나고 바람이 잔잔한 날은 도량에 잡목들을 쌓아놓고 태울 수 있도록 귀넷시가 허가 하므로, 네 군데에 불을 놓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내일 다시 모여 봉사하기로 약속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지혜를 완성하기 위한 첫걸음이 보시 바라밀인데 육바라밀의 맨 앞자리에 놓을 만큼 중요하다. 보시 즉 자비의 마음으로 조건없이 널리 베푸는 행위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불교를 몰라도 현지 미국인들이 베푸는 삶 즉 봉사 실천하는 보살행이 생활 속에 녹아있는 모습에 감탄했다. 식물원이나 박물관 등 사회공공 기관 어디를 가도 봉사자들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봉사가 생활화 되어있는데 이는 어릴 때부터 봉사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사회가 인정해 준 결과이기도 하다.
땅을 매입하고 현재까지 1만3000평 사찰 부지를 생태학적 도량과 이와 잘 어울리는 한국 정원을 꾸몄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낀 산책로 주변이나 법당 주변도 한국의 나무나 꽃 그리고 유실수들이 어우러지는 명상터를 만들다 보니 많은 봉사자들의 땀방울들이 수없이 땅에 뿌려졌다. 4년 전 사찰 개원과 동시에 심은 나무나 꽃나무들은 제법 자라나서 도량 곳곳에서 쉼터 역할과 장엄을 해주고 있다. 이곳 붓다나라(불국사)를 찾는 모든 분들의 마음 수행에 도움이 되어 인생을 가치있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비심 많은 이들로 거듭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