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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못 풀고 간 ‘킬링필드’ 恨 달래다 (현대불교 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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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6.04.08 조회1,8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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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국제구호단체총연합회와 글로벌 나눔 승가회가 주최하고 현대불교신문사가 후원하는 '한국-캄보디아 합동 위령 천도재'가 캄보디아 씨엠립의 작은 킬링필드로 불리는 '왓트마이 사원'에서 봉행됐다. 사진은 영가들의 평안을 발원하는 천수바라춤 의식 장면.
 

4월 2일 ‘왓트마이 사원’서 펼쳐져
국제구호연합회와 글로벌승가회 주최
한국식 천도재에 감동… 1천여명 참석

‘킬링필드(Killing Field)’는 ‘죽음의 뜰’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1975년서 1979년 사이, 민주 캄푸차 정권 시기에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이다. 크메르 루즈는 3년 7개월간 당시 전체 인구 700만 명 중 1/3에 해당하는 2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히 지식인들과 승려를 많이 죽였다고 한다. 지금 캄보디아가 아직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빨리 발전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발전 아이디어를 내놓을 지식인들과 승려들이 모두 처형되고 없기 때문이다.

킬링필드의 흔적은 캄보디아 전역에 펼쳐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유골탑인데, 작은 규모지만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에도 있다. 새로 세워진 사원이란 의미의 ‘왓트마이’사원이다.
작은 ‘킬링필드’인 왓트마이 사원에는 크메르 루즈군에 희생된 참혹한 백골 탑이 있다. 사원 한 쪽에 있는 백골 탑은 유리 벽 안에 백골이 가득 들어 있는 위령탑이다. 현재 약 300여명의 유골이 보관돼 있는데 이중 220명 정도는 스님들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과 코와 입이 있어야할 부분이 뻥 뚫려 있는 백골도 눈에 띤다. 당시의 잔혹한 참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학살의 현장서 지난 4월 2일 국제구호단체총연합회와 글로벌 나눔 승가회가 주최하고 현대불교신문사가 후원하는 ‘한국-캄보디아 합동 위령 천도재’가 봉행됐다.

  
 

이 자리에는 캄보디아 텝봉 승왕을 비롯해 왓트마이사원 주지 라츠리엥 스님(씨엠립사원연합회장), 국제구호단체총연합회 총재 지암 스님, 부총재 월암 스님, 국회종교문화연맹 회장 보우 스님, 글로벌 나눔승가회 이사 법운 스님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삼신이운과 시왕전, 영가 고혼 등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중생 영혼을 천도하는 진언, 범패, 화창 그리고 혜명 스님(법상종)과 유영란 화란무용단 대표, 이재순 불자 등 세 명이 양손에 놋쇠 바라를 들고 마주치고 춤사위를 펼치는 바라춤을 선보였다. 이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薦度) 의식들이다.

애절한 진언의 울림과 바라의 강한 쇳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슬픈 역사가 상기된 탓인지 간간히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인 아끼코(60)씨는 “옆에 있는 유골탑을 보면서 당시 끔찍한 참상을 사진으로 목격하니 죽은 영령들이 불쌍해 눈물만 흐른다”며 “한국 스님들이 동족도 아닌데 이렇게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영혼을 달래주는 모습을 보며 부처님의 자비정신이 떠올라 감동스러웠다”고 눈물을 훔치면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측 스님 20여명이 단상에서 염불하고 있다.

프놈펜서 1시간여 비행기로 이 행사장에 온 텝봉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캄보디아는 과거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당시 인구의 30%가 죽어갔는데, 특히 많은 스님들도 체포돼 감옥살이와 갖은 고문을 당했다. 그런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 많은 이들이 협력해 이 위기를 물리칠 수 있었다”며 “이런 아픔을 동체대비로 함께 나누며 치유해 주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왓트마이 사원을 찾아준 한국 스님 및 불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구호단체총연합회 총재 지암 스님도 대회사를 통해 “10년전 불교국가인 캄보디아와 인연이 돼 그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오면서 국민들 속에 자리잡은 킬링필드의 아픔을 접하게 돼 이번 천도재를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왓트마이사원 주지 라츠리엥 스님은 “이 곳 왓트마이 사원도 킬링필드의 참혹한 현장 가운데 하나인 곳으로서 이런 슬픈 역사를 치유해 주고자 한국불교단체로는 처음으로 천도재를 마련한 주최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런 뜻깊은 행사를 계기로 양국의 불교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4월 2일 캄보디어 씨엠립 ‘왓트마이 사원’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캄보디아 합동 위령 천도재’가 봉행됐다. 사진 오른쪽은 임경화 불자가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행사는 임경화 불자의 발원문으로 시작됐다. 임경화 보살은 “영가님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잠긴 캄보디아 국민들과 유족들은 회자정리의 인연법을 깨달아 속히 평상심을 되찾고, 고인의 유지를 성취함으로써 단란한 가족의 화목을 더욱 꽃피우도록 자비광명을 놓아주소서”라고 발원했다. 이어 국제종교문화연맹회장 보우 스님도 추도사를 통해 “킬링필드 대학살이 4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는 영혼을 생각하면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오늘 이 천도법회의 공덕으로 영가님의 왕생극락을 기원드린다”고 비장한 어조로 밝혔다.

  
천도재 행사전 스님들이 삼신이운과 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이자 마무리는 범패 및 작법무 시연으로 마무리됐다. 재난이 소멸되고 국민이 평안하길 기원하는 천수바라와 고인의 응어리 진 한을 풀어내는 살풀이 춤, 모든 집착을 끊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의식인 극락무 등이 무대위에서 펼쳐졌다. 특히 유영란 화란무용단 대표가 춘 살풀이의 춤사위가 허공을 가를때마다 정적 속에 휩싸인 객석에서 한숨과 나즈막한 탄성이 터저 나왔다. 화사함을 내공으로 삼킨 그의 춤은 한 치만 빗나가도 살을 벨 것 같은 내공이 촘촘히 들어와 박혀있는 듯 했다.

  
지암 스님이 텝봉 승왕에게 기금 전달하는 모습.

이번 행사에 참석한 씨엠립 사원연합회 관계자 쌈밧 씨(47)는 “캄보디아는 주로 진언과 염불로 치르는데 한국의 천도재 의식을 2시간 동안 지켜보니 장중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생겨 캄보디아 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고 환한 미소를 띠우며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행사가 끝난 뒤 지암 스님은 텝봉 승왕에게 자비나눔쌀 3톤과 구호기금 1만불을 전달했다.

  
천수바라춤을 추는 무용수 뒤편에 학살 당시 사진이 섬뜩하다.
  
왓트마이 사원의 ‘백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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