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화 19호] 인도 뉴델리 자혜정사, 작지만 행복한 신행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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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섭 작성일2013.01.04 조회1,986회 댓글0건본문
인도를 함축해서 표현하는 말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인도는 뿌리 깊은 관습인 카스트제도가 일상 곳곳에 잠재되어 있어, 인도에서 일을 하자면 여러 가지 제도, 문화, 관습 등 모든 면에서 우리하고 너무 달라서 하루하루가 전쟁 같기도 하다.
한 예를 들자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는 한국 교수분께서 교실이 너무도 지저분해서 청소를 하였더니 인도 학생이 놀라면서 "교수님께서 어떻게 청소를 하시느냐?“고 극구만류를 해서 교수님은 ‘아, 이 학생이 청소를 하려나 보다’ 하고 도구를 건네주었는데 다음날 가보니 청소가 안 되어 있더란다. 어서 어찌된 영문인가 알아보니 학생 본인은 신분 때문에 청소를 할 수가 없어 청소하는 사람을 찾다, 찾다 못 찾아서 그냥 갔노라고...... 벽에 못 하나를 박고 싶어도 일꾼이 와야 일이 진행된다. 우리가 하려 해도 극구 말려서 못하니, 근면, 성실, 부지런한 한국인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이렇게 삶의 방식과 방법이 너무도 다른 거대한 인도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뉴델리의 한 자그마한 공간에 한국의 불자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참선수행과 법회의 시간을 갖고 있다. 바로 자혜정사이다. 이곳은 몇 분의 교민 불자님과 각 회사에서 파견 근무 나온 주재원 불자님 들의 구성원들로 법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는 부처님의 탄생지여서 그 동안 스님들과 보살님 등 많은 분들께서 다녀가셨으나 이곳 불자님들과 매시간을 함께하는 스님은 안 계시고, 부분적으로 귀중한 시간을 내어 보살님들께 참된 지혜와 정신적 스승이 되어주시는 준현스님괴 참선 수행을 동참해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자용스님이 계시다. 준현스님께서는 달라이라마 존자님이 계시는 다람살라에서 오랜 시간 홀로 정진수행을 하시는 지혜의 샘을 지니고 계신 분이며, 가르침을 구하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셔서 청정함괴 깨달음의 장을 열어주신다. 자용스님께서는 뉴델리 네루대학에 기숙하면서 산스크리스트어 불교학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에 계시다. 학문과 지식이 출중하고, 한국에서도 탱화를 그리셨지만 티베트에서 돌가루를 이용해 그리신 천수천안 탱화 작품은 오묘한 색감과 깊이감으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일으킨다. 화려하나 화려하지 않은 은은함은 스님의 향기 그 자체였다. 두 분 스님께서 어찌나 맑고 청정하신지 스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속세의 먼지와 마음의 때가 씻겨 몸과 마음가짐이 대나무의 기상처럼 올곧게 서게 한다.
자혜정사의 보살님들은 두 분 스님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쉼 없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잔잔한 개울물이 되어 시간의 흐름을 같이 가고 있다. 이곳은 보살님들 스스로 마음 닦기의 장을 열어 서로의 그릇이 커질 수 있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글- 대자행 맹미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