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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한 가족… 남을 돕는 일이 정말 즐겁다”(불교신문 1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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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9.30 조회1,4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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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스님의 원력으로 2003년 10월 사단법인 지구촌공생회가 창립됐다. 1995년 개혁종단을 이끌며 스님이 주도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국제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발원이었다. 불교의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저개발국 오지마을에 교육과 자립의 기반을 제공해 온지 이언 10년. 지구촌공생회는 불교계를 대표하는 국제구호개발단체로 성장했다. 아시아의 라오스 캄보디아 네팔 스리랑카 몽골 미얀마와 아프리카의 케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13개 국가에 2100기가 넘는 식수시설과 35개의 교육시설, 5곳의 지역개발사업장을 건립하는 개가를 올렸다.

 

논킬렉 불국초교.위양께오 금수사 유치원 준공

창립 10주년 … 불교계 대표 국제NGO로 성장

 

현재 후원자는 1만 1000여 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종단의 중진 스님들이 이사로 참여하는 등 조직기반도 탄탄하다. 오는 11월 캄보디아에 2000번째 우물이 만들어지는 날, 현지에서 1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를 계획이다. 국내 기념식은 법인으로 등록한 지 10돌이 되는 내년 3월로 맞췄다. 그즈음 <지구촌공생회 10년사>가 발간되며 새로운 회관이 위용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사장 월주스님의 역동적인 행보와 추진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성과다.

스님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국제선 비행기를 탄다. 올해에도 1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3월 미얀마 4월 케냐 6월 몽골 7월 라오스를 다녀왔다.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위치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2004년 지부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나라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현장 곳곳을 누비며 꼼꼼히 현황을 점검하는 강행군도 유명하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라오스를 시찰하기 위한 스님의 여정에 동행했다. 논킬렉 불국초등학교와 위양께오 금수사유치원 준공식, 던룸 지환초등학교 기공식에 참석하고, 새로운 학교 부지를 물색하기 위한 길이었다.

수도 비엔티안 인근에 위치한 던눈 공생유치원은 지구촌공생회가 세운 최초의 교육시설이다. 유치원 한편엔 ‘널리 자비를 실천하자’는 스님의 친필을 새긴 바윗돌이 서있다. 지구촌공생회의 10년사를 알리는 서곡이자 앞으로의 10년을 기약하는 힘이다. 월주스님이 국제구호에 관심을 두게 된 때는 지난 2000년이다. “동남아시아 등지를 여행하다가 오지마을 주민들의 참상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칠판이 없는 학교에서 교과서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과 썩은 물을 마시다가 목숨을 잃는 노인들의 소식을 접하고 결심을 굳혔다. 그들의 슬픔은 한국불교의 자비를 실현할 수 있는 복전(福田)이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의 참화로 인해, 지금 우리가 돕고 있는 세계 최빈국의 나락까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각국의 원조 덕분에 폐허가 됐던 국토는 빠르게 복구됐습니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반세기만에 선진국 진입단계에 이르렀고,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모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타고난 지혜와 끈기가 비약적인 발전의 주된 원동력이었겠으나, 지구촌 국가들의 관심과 배려가 압축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구촌공생회의 자비행(慈悲行)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의 자비행입니다. 이는 ‘인류가 한 가족’이라는 신념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사해동포들에 대한 보은(報恩)이기도 합니다.”

논킬렉 불국초등학교는 불국사 자원봉사단(단장 종상스님)의 후원으로 지어졌다. 2011년 라오스를 여행하던 불국사 스님들이 교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모연에 나섰다. 1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 교실 5칸과 복도를 신축했다. 건물뿐만 아니라 교복과 컴퓨터, 학용품, 음향기기, 정수기를 따로 지원했다. 현지 한국기업인 코라오그룹도 동화책 180권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아울러 위앙께오 금수사 유치원은 부산 구포 금수사 스님들의 보시로 만들어졌다. 던룸 지환초등학교는 군산 흥천사 및 삼보사 회주 지환스님과 제자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이번에 첫 삽을 떴다. 이어 다수의 불교유적지를 보유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루앙 프라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축 학교부지를 알아봤다. 현지 시찰에는 익산 관음사 주지 덕림스님, 불국사 자원봉사단 부단장 임대스님, 군산 흥천사의 법송스님과 법묵스님도 함께했다.

지구촌공생회의 역량이 차츰 강화되고 교계의 지속적인 보도를 통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후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구촌공생회가 저개발국에 한국불교의 자비와 온정을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전에 라오스 방문기간 도중 현지 한국대사의 초대로 대사관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이 대사는 라오스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의 국제구호개발 활약상을 익히 전해 들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구촌공생회가 하는 일은 곧 대한민국 국민이 하는 일과 같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자비실천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여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대한민국과 한국불교에 대한 고마움이 새겨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자라면 우리들과 진정한 우정을 나눌 것임을 확신합니다.”

월주스님의 지구촌공생회는 종단 원로 및 중진 스님들의 국경 없는 자비행을 촉발하는 마중물이 됐다. 전 조계종 호계원장 법등스님이 설립한 ‘더 프라미스’(2008년), 원로의원 월서스님의 천호희망재단(2012년), 최근 부천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이 창립한 하얀코끼리 등이 비근한 예다. 스님들이 아름다운 회향을 준비하는 일에 월주스님과 지구촌공생회가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승가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를 높이고 바람직한 수행자의 표본을 세운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물론 단순히 남에게 드러내보이기 위한 보살행이라면 의미가 반감된다. 

월주스님은 “아침 현지 숙소에서 일어나 그날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면 진심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학교에 학생들이 늘어나고 깨끗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볼 때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진다”며 “남을 돕는 기쁨은 도움을 받는 기쁨의 수십 배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엔 세수 여든이자 출가 60주년을 맞아 케냐에 당신의 법호를 딴 ‘태공(太空) 초등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스님의 부지런한 발걸음과 환한 웃음을 보면 그야말로 순수한 행복이 느껴진다. 바쁘고 올곧게 걸어온 지난 10년은 충분히 빛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을 떠올리면 아직도 멀었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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