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불교와 백제 불교는 왜 달랐을까(매일경제 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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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8.21 조회1,525회 댓글0건본문
신카와 토키오 와세다대 교수 "불교 유입 경로가 달랐다"
'고대 동아시아 불교문화교류와 실크로드' 국제학술대회
경주 남산의 신라 부처님들은 수려하고 귀족적인 모습인데 반해 내포 가야산의 백제 부처님들은 소박하고 서민적인 용모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됐다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동아시아 세계에서 받아들여진 불교의 실상은 사실 제각각이었다.
신카와 토키오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는 16일 중국 시안(西安) 섬서사범대학에서 열린 제2회 국제학술대회 '고대 동아시아 불교문화교류와 실크로드'에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불교의 이동 방식에서 찾았다.
신카와 교수는 '불교는 왜 유전(流傳)하였는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중국에 동전(東傳)한 인도 불교는 방대한 한역 '불서(佛書)'의 영향으로 한반도로, 그리고 일본 열도로 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으로 동전한 불교의 실상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전한 불교의 실상, 그리고 일본으로 유전한 불교의 실상이 각각 같았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불교는 중국에 들어와 중국을 불교화하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이 불교를 중국화했다. 삼세(과거·현재·미래)에 걸친 인과응보라는 형태를 취한 불교는 현세를 중시하는 중국의 토착·토속적인 성격과 타협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인과응보관은 권선징악관으로 변질했고 중국 지배층의 입맛에 걸맞은 현세적인 종교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중국화된 불교는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 한반도 북부를 거쳐 신라로 들어와 호국불교, 귀족불교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백제는 사정이 달랐다. 신카와 교수는 백제는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불교 영향으로 중국적인 색채가 덜 묻어나는 불교를 자신들의 토양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는 백제와 일본에서 출토된 목간에서 '숙세(宿世)'가 공통으로 발견된다는 점을 들었다.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을 가리키는 '숙세'는 "모든 인간의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신카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숙세'의 인식은 중국 지도층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면서 "결국 백제가 육로가 아닌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인도 불교의 핵심적인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이 '숙세'라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백제가 받아들인 불교는 이후 일본에 전파되면서 두 나라에 '숙세'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발견되는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시기상으로는 7세기 중엽에 가까웠을 것으로 봤다.
신카와 교수는 "흔히들 실크로드를 말할 때 육상의 루트만을 통해서 설명하는 경향이 지배적인데, '숙세'는 실크로드의 루트가 다양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와 섬서사범대학 서북민족연구중심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대한민국 주서안 총영사관이 후원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15일부터 이틀간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인 중국 시안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