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화 24호] 13차 샤캬디타 세계불교 여성대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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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3.04.12 조회1,917회 댓글0건본문
2013년 1월 5일부터 12일, 제13차 샤캬디타 세계여성불자대회가 인도 바이샬리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불교”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은 2004년 제8차 대회를 중앙승가대학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전국비구니회의 회장 명우스님과 봉녕사 율원장 적연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스님 등 여러 중진 스님들과 학인 스님들, 그리고 국제포교사회 회원들, 불교여성개발원 회원들, 그리고 젊은 여성불자 교육프로그램인 GEP을 수료한 통역 자원봉사자 6명을 포함해 총 40명이 참가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32개국에서 총 600여 명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인도는 불교 기반이 약하고, 바이샬리의 주위 환경이 열악하여 대회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인도의 불교 신자는 인구의 1퍼센트도 안되며, 불교 관련 유적지가 모여 있는 북동 인디아의 일부 지역에만 불교 사원들이 있을 뿐이다. 현지 교단이나 신자들의 재정적 물적 지원 없이 국제 대회를 치르는 만큼 대회 진행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까다로운 인도비자 발급과정에서부터 항공권 수배, 그리고 인도에서 가장 소득이 낮다고 하는 비하르 주의 작은 도시인 바이샬리의 대회장까지 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었다.
대회장소인 마하프라자파티 사원은 베트남의 노비구니 스님이 부처님의 양모인 마하프라자파티가 출가하여 최초의 비구니가 된 이곳 바이샬리에 절을 짓겠다는 서원을 세워 불사를 시작한 곳이라 했다. 올해 10월 23일 완공되면 초종파적 비구니 수계법회를 연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직 공사 중이어서 마당에 텐트로 만든 임시 대회장에는 추운 바람이 몰아쳤고, 전기가 불안정하여 몇십 분에 한 번씩 장내 마이크가 꺼지는 형편이었다. 사람들은 가지고 온 옷을 모두 꺼내 입고 담요와 슬리핑백을 둘러쓰기도 하였지만, 설산에서 수행하는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다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매일 아침 각국 스님들이 이끄는 명상으로 시작하여 오전 논문 발표, 오후 논문 발표, 각종 워크숍, 저녁 공양 후 문화행사 등 일주일간의 일정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논문 발표 세션에서는 총 45편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영국 출신으로 티벳 비구니이자 명상가, 저술가로 유명한 텐진 파모 스님이 발표한 “노년을 찬미하며”라는 논문과 페미니스트 종교학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타 그로스가 발표한 “여자로 태어나는 것은 장애인가?” 등에 관심이 쏠렸다. 동학사의 효준스님은 “당신은 보살입니다 - 여성 재가불자를 보살이라 부르는 이유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흥미있는 논문을 발표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일주일간 대회가 끝난 후 불적지 순례가 있었다. 이미 인도에 여러 번 다녀왔는데도 이번 순례는 여러 가지 점에서 특별하였다. 룸비니에서 시작해서 보드가야, 사르나트, 라자그리, 바이샬리로 이어지는 부처님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그분이 80년 동안 어떤 인생을 사셨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고, 내 삶과의 연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글 -조은수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여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