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자들 음성공양, 보드가야에 울려 퍼지다 (불교신문 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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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람 작성일2015.01.19 조회1,416회 댓글0건본문
아름다운 화음으로 성지를 빛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바로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회장 정혜원) 회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부처님 80년 구도 역정이 스며있는 인도를 찾아 ‘불교성지예술문화제’ 및 성지순례를 개최했다.
조계종 문화국장 각밀스님을 지도법사로 30여 년 동안 찬불가 작곡 및 연주에 전념해 온 박범훈 중앙대 명예교수, 김회경 오느름국악관현악단장, 불교합창단연합회원 등 100여명이 참여한 이번 순례프로그램은 8대 성지에서 깨달음을 찬탄하는 노래로 음성공양을 올리고 불자로서 더욱 정진할 것을 발원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서울 강원 경기 대전 충남 대구 경북 경남 전북 부산 제주 전북 등 11개 지역의 회원들이 골고루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보드가야로 가는 길.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하다는 바하르주의 아스팔트 길은 중앙선도 없고 차들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게 깔려있었다. 트럭과 버스, 승용차, 뚝뚝이( 개조해 만든), 동물 등으로 뒤엉킨 도로에는 경적소리가 무섭게 울려댔다. 신기하게도 큰 사고는 목격할 수 없었다. 혼돈속의 질서라더니 역시 인도는 불가사의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나이란자나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 사이로 사원하나가 우뚝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뜻하는 높이 52m의 거대한 마하보디사원(대보리사) 대탑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며 정교한 문양, 기하학적 예술미가 여간 빼어나지 않다.
사원입구는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일본, 티베트 등 먼 길을 달려온 순례객으로 붐볐다. 사원 구석구석에서 경전을 읽거나 명상을 하는 등 기도정진 하는 각국 불자들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티베트 스님들은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를 순서대로 땅에 닿게 해 자신을 무한히 낮추는 오체투지에 몰두하고 있었다.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가 보드가야를 찾은 것은 순례 3일째인 13일. 부처님은 이곳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자 긴 고행에 빠졌다. 굶기를 밥 먹듯 하며 6년의 세월이 흐르자 몸은 야위어 배를 만지만 등뼈가 만져질 정도였다. 죽음의 끝자락에서 부처님은 천녀(天女)의 소리를 듣게 된다.
“선을 너무 팽팽히 당기지 말라. 그 선이 끊어질지 모른다. 너무 느슨하게 하지도 말라. 소리가 울리지 않을 것이다.”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양 극단을 벗어나야 한다는 진리를 문득 깨닫는다. 이때 이곳을 지나던 수자타가 쓰러져 있는 부처님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유미죽을 끓여 봉양했다.
몸을 추스른 부처님은 다시 니련선하 근처로 나가 보리수 아래에서 7일 동안 앉아있었다. 마침내 부처님은 연기법을 깨우쳤다. 각자(붓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부처님은 80평생 수 많은 사람들에게 진리를 설하며 인류역사에 위대한 빛을 남겼다.
전 세계 불자들 사이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는 마하보디사원을 방문한 한국불자들도 경건한 마음으로 법회에 임했다. 참가자들은 1층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을 위해 가사공양부터 올렸다. 마군을 굴복시키고 정각을 이룬 부처님은 온화한 모습으로 한국 불자들을 맞이했다. 이어 목탁소리에 맞춰 석가모니불을 부르며 천천히 탑을 돌았다. 목탁소리와 기도소리가 탑 전체를 감싸 안았다.
탑을 바라보며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한 참가자들은 정성껏 준비한 공양물을 차례로 올리는 육법공양 의식도 봉행했다.
“해탈의 향을 지극한 정성으로 예경해 올립니다. 계경의 참다운 향기 하늘까지 피어올라 삼천대천세계까지 맑게 퍼져가옵소서. 시주의 경건한 정성, 향로에 서리어서 사르는 이 순간 온 우주에 널리 퍼져 성스러운 이 향기로 이 세상을 맑히옵고 중생의 악업 소멸되어 해탈의 선정에 어서 올라 지이다….”
육법공양에 이어 한 마음으로 ‘진리의 빛’을 합창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법회는 천수경 봉독과 108배로 마무리 됐다.
정혜원 회장은 “수많은 곳에서 음성공양을 올려왔지만 이번처럼 부처님 성지에서 하기는 처음이다. 부처님께서 맨발로 다니신 길을 따라 순례를 하니 환희심이 절로 난다”며 “이번에 함께한 보살님들도 그동안 여러 곳에서 음성공양 한 공덕으로 성지에서 공양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면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지순례에는 합창단 회원 뿐 아니라 일반 참가자들도 함께했다. 이승재 신사종합복지관 부장은 “대탑의 웅장함은 부처님의 깨달음과 진리 그 자체”라며 “여러 불교국가에서 온 불자들이 일심으로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자로서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번 성지순례는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가 주최하고 조계종 문화부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후원했다.
11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한국 불자들은 홍콩을 경유해 12일 새벽 인도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 갠지스강 순례,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영축산, 바이샬리 대림정사터 등에서 육법공양과 음성공양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