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덮혔던 죽음의 땅에 생명 싹 틔우다(불교신문 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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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5.09.03 조회1,306회 댓글0건본문
크메르루즈군 매설했던 지뢰 제거
주민 정착을 위한 각종 지원 펼쳐
익명후원자 2억원, 2개 학교 건립
비새고 비좁은 곳에서 3백명 수업
도서관 교무실 갖춘 현대식 변모
지뢰가 매설된 죽음의 땅이었던 동통 마을에 지구촌공생회가 지뢰를 제거하고 학교를 건립한다. 지난 18일 동통마을 수다라 초등학교 기공식 모습. |
지난 18일 오후, 40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내리쬐는 캄보디아 제2도시 시엠립에서 3시간 가량 떨어진 동통마을에서는 초등학교 증축 기공식이 열렸다. 지구촌공생회가 캄보디아에 설립하는 10번째 교육시설 기공식에는 월주스님을 비롯해 지구촌공생회 사무총장 원광스님, 백숙희 KOICA 캄보디아 소장, 캄보디아 분쌀룻 웃더민쩨이주 주지 스님, 쏘 타뷔 웃더민쩨이주 주지사, 빠잇 롯 따나 교육청장, 헤이 쏙 에잉 농촌개발부 장관 등 지역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마을 주민 1000여 명도 참석해 4000여 평에 이르는 학교 운동장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194가구 1452명의 주민 대부분이 참여한 것이다. 학교 건립에 거는 지역 기관과 주민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광경이다.
이 행사에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이 함께했다. 캄보디아 지뢰제거로 월주스님과 함께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했던 아키 라 씨였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크메르루즈군에 끌려가 지뢰를 매설해야했던 그는 호주와 캐나다의 지원으로 캄보디아 지뢰 제거에 나섰다. 캄보디아는 30년간의 전쟁으로 약 1000만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79년부터 2011년까지 6만3000여 명이 지뢰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약2만여 명이 사망했다. 캄보디아에서도 동통 지역이 대표적인 지뢰 매설 구간이었다. 베트남군에 쫓긴 크메르루즈는 태국과 접경한 산악지역인 동통 주변을 거점으로 삼아 저항하면서 곳곳에 지뢰를 매설했다. 캄보디아에서 우물 설치사업을 펼쳐오던 월주스님은 아키 라 씨와 함께 만해대상을 수상하면서 인연을 맺게 돼 지난 2013년부터 캄보디아 지뢰제거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지뢰없는 공생평화마을’ 사업을 진행하며 2013년에는 2개 마을, 2014년에는 9개 마을, 2015년 상반기에 6개 마을 등 14만여 평의 지뢰를 제거하는 등 수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뢰가 제거된 땅에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땅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아이를 기르며 희망의 땅으로 일구어 갔다. 지구촌공생회는 지뢰를 제거하는 한편 학교, 도서관, 우물을 건립하여 자립을 돕는다.
21일 열린 바라밀초등학교 기공식에서 월주스님(왼쪽)이 캄보디아승왕 텝퐁스님과 학교 무사 준공 및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동통 마을에 들어서는 수다라초등학교는 지구촌공생회가 지뢰가 제거된 곳에 들어서는 첫 학교다. 학교 주변 1만여 평에는 수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었으며 건물이 들어설 곳에만 3발이 발견됐었다. 아이들의 목숨과 다리를 앗아갔던 죽음의 땅은 이제 지구촌공생회와 후원자의 도움으로 캄보디아 미래를 짊어질 역군을 기르는 생명의 땅, 희망의 마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통에는 기존 학교가 있지만 겨우 햇볕을 가리는 정도로, 교실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열악하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교실도 태부족인 상태. 동통학교만 해도 3칸 교실에 266명의 아동을 수용하는 처지다. 목조건물은 균열이 생기고 천정이 뚫려 있어 비를 막을 수 없으며 2인용 책상을 5명이 사용할 정도로 비품도 부족하고 낡았다. 그러나 내년 1월 완공되면 동통학교는 완전히 달라진다. 4000여 평의 부지에 벽돌로 외부 소음과 더위를 차단한 현대식 건물에는 교실 3칸, 도서관 1칸, 교무실 1칸이 들어선다. 여기에다 아이들 교육용 기자재도 선물한다. 교실이 없어 발길을 돌렸던 아이들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학교 건물을 짓는데는 8600만원이 들어갔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불교신자의 무주상보시로 이뤄졌다. 이 신도는 2억원을 지구촌공생회에 보시하면서 동남아지역 아이들을 위한 학교 두 곳 건립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공생회는 8600만원을 동통 학교 건립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캄보디아 따께오 지역 초등학교를 짓는데 사용했다. 기부자는 부처님가르침이 널리 펴지기를 발원하며 학교 이름을 ‘수다라’와 ‘바라밀’로 정했다. 남정덕 공생회 국장은 “보시하신 불자님은 평소 불교신문에서 지구촌공생회 활동을 접하고 본 단체의 활발하고 성실한 활동에 믿음을 갖고 기부를 하게 됐다고 알려왔지만 이름과 신분을 밝히길 거부했다”고 밝혔다. 월주스님은 “귀한 돈을 주신 보시자들의 뜻을 받들고 지역주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몸이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우리가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해야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며 임무다”라고 말했다.
21일 오전에는 지구촌공생회가 캄보디아에 11번째로 건립하는 교육기관 바라밀 초등학교 기공식이 열렸다.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가량 떨어진, 따께오주 쁘레익따퍼 마을은 우기에는 범람 위험이 있는 인근 마을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어 교실이 태부족인데다 나뭇잎으로 지붕만 간신히 가린 간이 건물에서 수업할 정도로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올 연말에 완공하는 새 건물에는 2100여㎡(630평 가량) 부지에 교실 4칸, 도서관 1칸, 교무실 1칸이 들어선다. 새 건물이 들어서면 현재 학생 수 96명은 200여 명 가까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교실이 부족해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월주스님과 친밀한 캄보디아 승왕(한국의 종정 스님에 해당) 텝퐁스님과 김원진 주 캄보디아 대사도 특별히 참석했다. 월주스님과 텝퐁스님은 캄보디아 불교 의례로 건물의 무사완공과 지역 주민의 행복을 기원했으며, 김 대사는 지구촌공생회의 캄보디아에서 활동상을 격려하고 한국정부가 이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하는 활약상을 소개했다.
월주스님은 수다라와 바라밀 초등학교 기공식 기념사에서 지구촌공생회가 그간 캄보디아에서 펼친 사업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정부와 각계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님은 “지구촌공생회는 지난 2004년 캄보디아에 첫 번째 지부를 개설한 뒤 지금까지 32억원을 들여 교육시설 건립, 우물 건립, 지뢰 제거 사업을 펼쳐왔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함께한 만큼 이곳의 어린이들이 캄보디아의 미래를 이끌어 갈 동량이자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돕는자만 돕는다”
■ 자립의지까지 심어주는 공생회 지원법
지뢰로 뒤덮혔던 죽음의 땅이 아이들이 웃고 뛰놀며 공부하는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보살’은 월주스님과 지구촌공생회다. |
지구촌공생회는 일방적으로 지원만 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진심으로 원하고 자립의지가 있을 때 도움을 베푼다. 줄탁동시(啐啄同時)형 지원법이다. 어미가 부리로 쪼아 돕고 병아리가 껍질을 깨기위해 몸부림 치듯 살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에게 도움을 베푼다.
이번에 건립한 두 곳 모두 기초단위 면부터 군, 도 등 각 단위별 교육청까지 모든 관련 공공기관이 하나씩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마을 주민들도 포함된다. 가령 바라밀 초등학교가 들어서는 따께오 주는 부지 매입비용 3300달러를 분담하고, 교육청은 학생수가 증가할 시 교사를 추가 채용하고 도서를 진열할 책장 및 도서, 군청에서는 부지 매립에 필요한 모레 30트럭을 지원하며, 군 교육청은 모래 20톤, 면은 마을 운영위원회와 협조해서 부지 매입 비용 1000달러, 모래 100트럭을 지원하기로 했다. 마을 운영위원회는 울타리 설치 공사에 필요한 인력을 매일 3명씩 지원해야 한다. 물론 초등학교도 자기 몫이 있다. 수다라 초등학교가 들어서는 동통마을과 해당 면, 군, 도 역시 비슷한 책임을 떠안겼다. 내용은 협약식으로 구체화해 발뺌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이렇게 모든 주체들에게 책임을 분담시키는 이유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학교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공유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함께 몫을 나누고 공유할 때 학교와 교육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향후 관리도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월주스님은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을 외부에 떠 넘기고 나 몰라라 하면 아무리 도와줘도 스스로 자립할 의지를 키우지 못한다”며 “우리는 반드시 지원을 하기 전에 책임을 나누고 약속을 이행토록 협약서를 체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일 업무량은 그만큼 늘어난다. 조건을 갖춘 지역을 찾아 관계기관을 수없이 접촉해야 하고 일일이 설득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일이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만나 의사도 확인해야한다. 그래서 지구촌공생회는 일 많기로 소문 나 있다.
활동가들과 함께 지구촌공생회의 해외지원사업은 한국정부의 지원과 활동가들의 노력 그리고 후원자들의 성원이 한데 모여 성공리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