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우리 아이 얼굴에도 눈이 생겼어요”(법보신문 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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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5.12.07 조회1,409회 댓글0건본문
▲ 캄보디아 씨엠립 BWC에 마련된 김안과병원 진료소에 11월29일 눈을 잃은 어린이가 찾아왔다. |
“어꾼, 어꾼, 어꾼…”
11월29일. 캄보디아 씨엠립 BWC(Beautiful World Cambodia)에 마련된 김안과병원 진료소를 찾은 땃 거은(27) 씨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쪽 눈을 잃은 세 살 난 아들 응은 비젓을 볼 때마다 남몰래 흘려야 했던 시리고 찬 눈물이 아니라, 감격에 겨운 따뜻하고 환희로운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sjs88@beopbo.com
캄보디아 자외선 강해서
백내장 발생 빈도수 높고
청결하지 못한 환경으로
극심한 안과 질환자 급증
의료기반·기술력 부족해
영·유아 안구적출 늘면서
안면골격 기형도 불가피
잃은 눈 대신할 의안 절실
로터스월드·김안과병원
법보신문 공동사업으로
의안 지원 캠페인 전개
응은 비젓은 태어날 때부터 눈을 암 세포에게 빼앗기는 병을 앓았다. 끝내 암에 걸린 눈을 치료하지 못하고 왼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어린 아이에게 닥친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암으로 실명한 눈의 안구를 통째로 제거해야만 했다. 그 후로 아이는 한쪽 눈을 잃은 채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다른 기형적 얼굴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그러진 얼굴은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아빠는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먼 들녘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사회성이 결여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손 모아 부처님 전에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마음까지 비뚤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 의료진이 의안을 끼워 넣자 마치 기적처럼 정상적인 얼굴이 드러났다. |
그토록 애절한 부모의 마음을 부처님이 보았던 것일까. 2014년 6월,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라디오 방송을 듣고 찾은 BWC에서 만난 의사선생님이 손에 들고 있던 ‘눈’을 응은 비젓의 눈에 넣는 순간, 아이의 얼굴에서 사라졌던 한쪽 눈이 다시 생겨난 것이다. 보면서도 보고 있는 눈을 의심했다. 그렇게 아이 얼굴에 다시 생겨난 눈은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에서 가져온 ‘의안’이었다.
그리고 1년을 넘겨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다시 BWC 김안과병원 진료소를 찾았다. 진료소에 들어설 때까지 초조하고 불안한 빛이 역력했던 땃 거은 씨는 “부작용 없이 ‘의안’이 잘 맞는다”는 손경수 교수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환한 미소를 보였다.
땃 거은 씨가 의료진으로부터 집에서 ‘의안’을 관리하는 설명을 자세히 듣고 약을 받아 진료소 밖으로 나오자 응은 비젓의 아빠 찌어 소퍼은(32) 씨가 곁으로 다가섰다. 엄마의 환한 얼굴을 본 아빠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우리 아이에게 없었던 눈이 다시 생겼잖아요. 너무나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그동안 눈이 없는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안을 넣고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얼굴도 정상적으로 보이고 얼굴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뭐라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정말 감사합니다.”
김안과병원(원장 김용란)은 부처님의 자비·평등 가르침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국제개발NGO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가 설립한 BWC(원장 지우 스님)에서 매년 3회씩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00번째 백내장 환자 수술을 진행할 정도로 지속적인 진료를 이어오는 동안 안구를 제거한 채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 아이의 부모가 사랑스럽게 아이 얼굴을 보는 동안에도 진료소 안에서는 의료진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
김성주(성형안과센터 교수) 이사는 “매회 6일 정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루 300∼400명 정도를 진료하는데 그 기간에 평균 10명 정도 의안이 필요한 경우를 보게 됩니다. 서울에서 가져온 샘플용 의안 중 환자에게 맞는 것을 끼워주고 있는데, 어린이들은 샘플용 의안이 잘 맞지 않습니다. 눈 크기에 맞는 의안을 제공할 수 있으면 보다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맞춤형 의안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안의 수명은 평균 5년 정도다. 때문에 3년에서 5년 사이에 한 번씩 환자의 성장과 노화에 따른 맞춤형 의안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의료용 합성수지가 재료인 의안은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80만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부담이 불가능한 비용이다.
김 이사는 “로터스월드와 시절인연이 맞아 이곳 BWC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수술실까지 갖춘 독립건물도 생겼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만큼, 성장 시기에 맞는 맞춤형 의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라며 불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곳에서 진료를 받고 의사나 간호사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김안과병원 의료진이나 BWC 관계자들의 기쁨과 보람도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는 자외선이 강해 백내장 환자가 많고, 흙먼지와 청결하지 않은 환경의 영향으로 안과 질환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의료기반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술력까지 부족해 영·유아 시기에 안구를 적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뿐만아니라 사후 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면 골격 기형, 눈꺼풀 퇴화로 인해 아래쪽과 위쪽 눈이 붙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그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사회성 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따라서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의안은 잃어버린 눈을 찾아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의 성장과 감수성, 자신감, 사회성 등을 키워주는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로터스월드도 현지 어린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사업을 계획했다.
▲ 진료소 밖 대기소에는 사람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로터스월드가 계획한 ‘캄보디아 의안지원사업’ 캠페인에는 김안과병원과 법보신문이 함께 참여한다. 로터스월드가 캠페인 기획, 김안과병원이 의안 제작 및 현지 시술, 법보신문이 홍보 역할을 각각 맡아 국내 불자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 불자들이 모은 자비의 마음은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맞춤형 의안을 제공함으로써 그곳 아이들에게 맑고 밝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로터스월드와 김안과병원, 법보신문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MOU를 체결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캄보디아 의안지원사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