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륜스님, 프랑스 파리서 ‘장자전 소요유’ 개인전…11월18일~12월2일...불교신문 1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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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0.11.12 조회3,381회 댓글0건본문
북쪽바다 물고기 ‘곤’이 ‘붕’이라는 새가 되어 깨달음을 향한 몸부림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형상. 성륜스님은 ‘깨달음을 위해 용맹정진하는 수행자를 상징하는 작품’이라며 장자의 수행력과 견주어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며 실천한 선사(禪師)가 노장사상의 대표자 장자(莊子)와 만나면 어떤 선문답이 오고 갈까. 외국에서 더욱 유명한 선화가 성륜스님이 장자의 사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학인시절 접한 노장사상
이제보니 불교와 맞닿아
장자 수행력 현실에 접목
성륜스님은 오는 18일부터 12월2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89갤러리에서 ‘2010 성륜스님의 장자전-소요유(逍遙遊)’를 개최한다. ‘와불’로 호평을 받은 성륜스님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장자의 동명 저서인 <장자>의 ‘소요유’편을 화폭에 담았다. ‘소요유’는 <장자> 내편(內篇)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편명으로,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노닐 듯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곧 자연을 따라 산다는 뜻이다.
<장자>의 ‘소요유’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낱말이 등장한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도 넓이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붕이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다. 붕은 태풍이 바다 위에 불어야 남쪽 바다로 옮겨갈 수 있다. 남쪽 바다란 천지이다.”
스님은 왜 수행자로서 ‘장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을까. “학인시절 노장사상 등 여러 사상을 접했지만 큰 감응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경전들을 다시 보니 그 당시 알 수 없었던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특히 <장자>는 불교의 가르침과도 어느 구간에서는 맞닿은 부분이 있어 그림의 소재로 삼게 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되는 성륜스님의 작품에는 물고기가 떼로 등장한다. ‘곤’이라고 하기에는 미미하지만 이것들이 모여 표현하는 모습은 ‘곤’에 버금간다. 그렇다고 스님의 작품에는 그저 노장사상만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은 아니다. 수행자로서 불교사상이 체화돼 있는 것도 스님 작품의 특징이다.
우선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것이 그렇다. 물고기는 항상 눈을 뜨고 있다.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이는 깨달음을 위해 용맹 정진하는 수행자를 상징한다. 불철주야 ‘참나’를 찾기 위해 눈을 감지 않고 수행하는 눈 푸른 납자가 바로 물고기로 나타난다. 작은 물고기 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모습도 깨달음을 향한 몸부림이다.
성륜스님은 “물론 불교사상과 노장사상은 다르다”면서도 “소요유편을 보면 장자의 수행력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출품하기 위해 스님은 지난 8월부터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파리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고르고 고른 20여 점이다. ‘와불’에 전념했듯이 스님은 당분간 ‘장자’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적인 ‘관음보살’을 구현해내는 그림불사도 스님의 화두다.
성륜스님은 “시대별로 미술사조가 변천돼 왔듯이 미래를 주도할 미술사조는 정신세계라고 확신한다”며 “종교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서 부처님과 장자와 같은 사상은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저로서 앞으로의 미술사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성륜스님은 지난 1983년 향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8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불법(佛法)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 작품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은 스님은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이번에 세 번째 파리 개인전을 열게 됐다. 지난 9월 제19회 행원문화상 예술상을 수상했다.
김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