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타 셰프, 불자가 된 계기는? (현대신문 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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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6.03.25 조회1,742회 댓글0건본문
“불교, 고통의 굴레 해방시켜”
평소 ‘화(火)’는 ‘친절’로 다스려
요리 입문 후 달라이라마 친견
“변해야 한다” 깨달아 불교 입문
▲ 세계적인 스타 셰프 에릭 리퍼트(Eric Ripert·사진)가 영국 신문 ‘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불교는 내 인생을 바꿨다”고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출처=The Guardian |
미슐링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세계적인 셰프, 에릭 리퍼트(Eric Ripert, 50)가 “불교는 내 인생을 바꿨다”고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에릭 리퍼트는 3월 20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더 가디언(The Guardian)’과 인터뷰에서 “불교는 고통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모든 존재가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종교”라면서 “나도 주방에서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러나 내 아들에게 ‘아무도 화를 내서 행복한 사람은 없다’고 가르치듯 화는 강함이 아닌 약함의 상징이고, 나는 되도록 친절을 베풀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퍼트는 “친절은 ‘내가 너를 안아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너의 약점을 보살펴주고, 보완해주겠다는 의미”라며 “나는 내 주방에서 일하는 모든 요리사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이끌어 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관용이자 친절이다”고 말했다.
리퍼트는 프랑스 출신으로 17세에 파리의 400년 전통 레스토랑 ‘라 투르 장(La Tour D’Argent)’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요리계의 전설 조엘 로부숑(Joel Robuchon)의 레스토랑 ‘자민(Jamin)’을 거쳐 1994년부터 뉴욕의 ‘레 베르나르딘’ 레스토랑에서 수석 주방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스타 셰프’로 주목받은 그가 불자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리퍼트는 처음 요리를 시작한 17세 때를 회상하며 “나는 매우 어린 나이에 성공했고, 촉망받는 요리사였으며 멋진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성질이 고약했다”면서 “나는 스스로 정신적 빈곤을 멈출 수 있는지 물었고, 그럴 수 없다고 느끼자마자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리퍼트는 달라이라마의 노벨 평화상 수락연설 영상을 접한것이 바로 그가 불교에 입문한 결정적 계기였다. 리퍼트는 “나는 달라이라마의 연설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나의 오감을 일으켰으며, 내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그는 불교에 더욱 심취했으며, 자택에 명상방을 두고, 네팔 스님으로부터 명상 과외를 받는 등 수행에도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티베트 불교의 겔룩파(Gelukpa) 학교에서 달라이라마와 함께 열심히 공부하며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퍼트가 요리사이자 불자로서 겪는 가장 큰 내적 고통은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그는 요리사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미각을 충족시켜 줄 육류·해산물 등을 조리하면서도 불교계율의 ‘불살생(不殺生)’을 어긴다는 생각에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요리를 시작한지 오래됐지만 이 점은 지금도 내게 어려운 부분”이라며 “그러나 최소한 육류나 생선류 등을 그저 요리의 재료로 취급하지 않는다. 생명에 대한 의식을 갖고 요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의식과 장인 정신 등에 지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리퍼트는 지난해 8월 사찰 음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바 있다. 또한 2월에는 그가 진행하는 PBS-TV ‘아벡 에릭(Avec Eric) 시즌3’ 프로그램에서 사찰음식을 소개하기도 했으며, 당시 사찰음식 전문가 정관 스님이 출연해 한국의 전통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8월 방한 당시 리퍼트는 “사찰음식은 육류를 사용하지 않아 고통이 없는 음식이며,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을 밝힌다. 사찰음식 요리는 하나의 수행으로써 깨달음에 가까워질 수 있기에 요리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