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28호] 이탈리아 불자, 한국 간화선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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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7.12 조회2,193회 댓글0건본문
6월 21일 한국불교국제네트워크 임원실에서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온 안드레아 파치니, 고려인 4세 오 발렌틴, 우즈베키스탄 자은사 주지 조주스님 등이 이탈리아에서의 한국불교 현황에 대해 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불교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안드레아 파치니 씨는 이날 오후에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Q 이탈리아는 가톨릭 국가인데 어떻게 불교를 믿게 되었나?
A 자신은 종교를 바꾼 것이 아니라 찾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크리스천 국가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내 성장 과정과 문화적 배경에는 크리스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종교지도자들을 아주 존경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의문점인 ‘왜 태어나고 늙고 죽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했다. 불교를 알게 되었을 때 처음부터 전적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고 15년 동안 차츰차츰 불교에 대한 이해를 더해감으로써 받아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종교적 갈등이 심했다. 15년이 지난 후부터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교라는 것을 발견해 나갔다. 차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했고, 내 영혼에 불교를 불어넣게 되고 흥미를 갖게 되었을 때 선불교를 알게 되었다.
중국은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모든 사람이 선의 기본적인 메시지를 변형시켰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의 선불교는 예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송광사 구산스님의 선서를 읽었을 때, 청하스님의 법어를 읽었을 때, 가장 큰 밝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아주 훌륭하신 은사 스님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인데, 그분이 상월 보선스님(현 대흥사 회주, 전 종회의장)이다. 그분이 이탈리아에 오셔서 설법하신 모임에 참가한 것은 큰 영광이었고, 그분이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그분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친절함과 친밀함 등이 솟아났다. 아주 중요한 것은 내가 보선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셨을 때, 그분에게서 풍겨 나오는 법의 향기가 느껴졌고, 그분은 항상 삼매에 드신 것 같았다.
또 한 분은 나의 불교공부를 도와주시는 조주스님이다. 모든 존재에 대해 진정한 자비심을 가지고 대하라고 하셨다. 훌륭한 스님으로부터의 가르침 때문에 이제 내가 마주치는 세상은 자비로 가득 찬 듯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불교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처음 접근하기가 아주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접하면 접할수록 더 유익하게 다가와 핵심적인 문제에 답을 준다.
한 예로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일반 사람(신도)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자신을 보라고 한다. 하지만 소외감, 불신, 갈등 구조 등으로 마음의 평정을 얻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Q 현재 이탈리아에서의 불교는?
A 매일 성장하는 추세로 많은 이탈리아사람이 불교와 가까워지고 있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티베트불교가 선불교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지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선불교에 대해 오해가 많다. 사견인데 많은 유럽인에게 지적이고 문화적인 면에서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계종과 협력하여 선불교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탈리아에 대혜스님과 대리스님 두 분이 있다. 대혜스님은 핀란드 출신으로 송광사 일각스님의 상좌이다. 문화에 대해 최상의 성숙도를 갖고 있고, 테라바다 수행도 한 스님으로 무상암이라는 절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불교를 포교하고 있다.
대리스님도 베네치아 빠도바 선센터에 계시며, 지적성숙도도 높고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다
하지만 한국의 가사나 장삼이 없어 조계종 스님인데도 불구하고 티베트 승복이나 일본 승복을 지원받아 입고 있다. 승복이나 책, 불교 관련 사진, 염주, 향, 초 등 조계종의 후원이 절실하다.
Q ‘세계일화’ 소식지에 원하는 것은?
A 조계종 불자들이 이탈리아에 아주 적다. 왜냐면 많은 사람이 한국불교를 접하자면 800~900Km 떨어져 있는 곳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원활하도록 한국의 사찰이 몇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은 것을 알기에, 한국의 사찰 사진을 전시라도 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둘 것 같다. 유럽은 경제적 위기로 힘들지만,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할 때이다. 경제위기는 단순한 경제 문제보다 마음의 위기에서도 비롯되고 같이 커가기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계종에서 몇 분 만이라도 유럽에 관심을 두면 좋겠다. 확신하건대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성 파괴에 대한 해결도 가능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모든 선불교 조사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분들이 오래 계셔서 세상을 밝혀주시길..., 나무 관세음보살
끝으로 한국 방문 시 묵었던 사찰을 촬영하여 카자흐스탄 알마타에서 올 봄에 사진전을 열었는데 3,800여 명이 다녀갔고, 일부는 판매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진전을 이탈리아의 플로렌스나 피사지역에서도 열어, 이탈리아에서 부처님의 법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환희용약하는 기쁨을 주고 싶다며 한국불교나 한국 사찰에 대한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글-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