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 꽃피는 ‘한국선묵화’의 美(불교신문 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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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5.07.08 조회1,748회 댓글0건본문
30여 년 동안 국내외서 왕성한
불교 작품활동 이어온 중견화가
국내최초 폴란드국립민속미술관
공식초청으로 전시회, 특강 열어
한국선화와 전통문화 널리 알려
현지에 불교문화 저변확대 기대
불화작가인 담원 김창배 화백이 6월25일부터 7월18일 폴란드 국립민속박물관, 조리(zory)시립박물관, 바르샤바 갤러리 옹기에서 한국의 선문화 초대전을 잇달아 연다. 사진은 김 화백이 전시회에 선보이는 선묵화 ‘선방에는 돌들이 산을 이루고’. |
불교의 마음 수행을 고요하게 그린 우리나라 전통미술로 간결한 여백의 미가 일품인 ‘선묵화(禪墨畵)’. 3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담원 김창배 화백이 국내 최초로 폴란드 국립민속미술관에서 선묵화 초대전을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창배 화백은 지난 6월25일 개막해 오는 5일까지 폴란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초대전을 연다. ‘한국의 선(ZEN)&차, 민속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초대전에서는 선묵화 150여 점을 동유럽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차(茶)문화 등 한국전통문화에 조예가 깊은 아담 츠제브스키(Adam Czyzewski) 폴란드 국립민속미술관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내한한 그는 한국문화를 체험하던 가운데 김창배 화백의 작품을 보고 선묵화에 매료됐다. 이후 작가를 수소문한 끝에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김 화백의 작업실을 직접 찾았고 귀국 후 폴란드에서의 전시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김 화백은 “작품을 진가를 알아보고 직접 찾아준 관장에게 고마운 마음에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선물했더니, ‘붓놀림의 선의 정신이 느껴진다’고 감탄을 했다”면서 “그는 폴란드 국민들과 작품의 감동을 함께하고 싶다며 전시회를 제안했고, 한국불교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만큼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연꽃피던 날’. |
최근 폴란드에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현지 사설 미술관에서 국내 작가들의 전시는 적지 않았지만, 국립미술관에서의 공식 초대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화백은 이를 위해 1년에 걸쳐 하루에 3~4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작품에 사용되는 한지는 모두 안치용 한지장(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의 한지로, 재료 선택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그는 “이번 폴란드 국립민속박물관 작품전을 준비하며 많은 날들을 먹을 갈며 붓끝으로 생, 삶, 꿈을 담아내기 위해 긴 밤을 보냈다”면서 “차를 마시는 선경, 인간과 자연, 선과 차를 그림 속에 담긴 작품 등 한국인의 영혼과 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간을 빈 여백으로 꼼꼼히 비워 둠으로써 그림이 더욱 값어치를 발휘하는 것이 한국 선묵화”라며 “선화의 공백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의 유동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김 화백은 폴란드 국립민속미술관에 이어 7월6일부터 9일까지 폴란드 조리(zory)시립박물관에서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다도문화 수묵전’, 7월9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인이 현지에 설립한 바르샤바 갤러리 옹기에서 전시회를 잇달아 연다. 또 전시회에 앞서 이달 중순 폴란드를 방문한 그는 현지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선화’를 주제로 특강도 여는 등 한국불교와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 화백은 “전시회와 특강은 물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에서 ‘한국의 선화’를 과목으로 한 강의도 제안 받은 상태”라며 “이를 통해 한국불교문화가 유럽에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 고향인 서산 인근 사찰을 다니며 불교미술과 인연을 맺은 김 화백은 고등학교부터 미술학도로서 꿈을 키워나갔다. 이후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85년 첫 개인전을 개최한 그는 서울 아트페어, 중국 북경화원 제백석 기념관, 일본 교토의 코나미술관에서 초청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이름을 떨쳐왔다. 특히 그는 선과 차를 접목한 작품활동을 추구하며 불교문화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화의 대가 금추 이남호 화백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고 국내외에서 200여 차례 초대전을 가졌다. 한국예술원 동양문화예술전공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동양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