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45호]프랑스 국립 박물관에서 거행된 간화선 실참과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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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람 작성일2014.12.31 조회1,736회 댓글0건본문
프랑스와 유럽인들에게 아시아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기메 동양 박물관에서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에 걸쳐 한국 선불교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본 행사를 위해 대한불교 조계종 제 14교구 본사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이 초청되어 간화선 실참 및 강연회를 실시하여 프랑스 땅에 아직까지는 생소한 한국 선불교 전통을 알리는데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메 동양 박물관은 1889년 창설자 에밀 기메 씨에 의해 설립될 당시부터 아시아의 종교, 특히 불교문화를 알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곳입니다. 그 동안 본 박물관을 통하여 인도와 중국, 그리고 일본 불교문화가 현지인들에게 꾸준히 알려진 반면 한국 불교에 대한 소개는 극히 미미했습니다.
파리 길상사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본인은 5년 전 이번에 행사가 개최된 바로 그 자리에서 일본의 참선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공공기관과 사립기관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성대하게 열린 행사를 지켜보면서, 언젠가 시절 인연이 도래한다면 같은 장소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한국의 선불교 전통을 소개하고 싶다는 소박한 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시절 인연이 도래하여, 기메 박물관에서는 한국 선불교 문화 행사를 개최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했으며, 지난 1년간 여러 지인들의 크고 작은 손길에 힘입어 이번 행사를 여법하게 치룰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통 문화재 수리와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도화원’ 소속 장인들이 깊은 신심과 원력으로 5미터 높이에 해당하는 괘불을 제작하여, 법연에 참석한 대중들로 하여금 괘불의 위용 앞에서 찬탄과 환희심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괘불로 장엄이 된 행사장은 이름 그대로 부처님을 모시는 붓다관으로 변모했으며, 바로 이 자리에서 3일간에 걸쳐 수불스님의 지도하에 800여년에 걸쳐 전승되어온 간화선 수행의 요체와 수행 방법이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켜보면서,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갖게 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이번 행사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보며, 더 나아가 한국 불교를 외국에 소개하는데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한 기메 박물관 측의 입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바로 기메 박물관에서 정한 이번 행사의 주제 ‘21세기에 선(禪)을 가르치다 ’에서 잘 드러난다고 봅니다. 그것은, 간화선이라는 전통이 오늘날 어떤 형태로 살아 숨 쉬는지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행사의 취지에서 간화선이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에 어떻게 접목 가능한지에 대해 행사의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 불교가 기메 동양 박물관의 역사에 획을 긋는 의미 있는 행사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이 시대에 한국 불교가 외래문화와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중한 교훈을 준 행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 불교의 법의 꽃비가 프랑스에 흠뻑 내리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에 간화선이 더욱 널리 보급되기를 발원해봅니다.
글_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