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고 축구스타에서 불교수행자로 활약 (법보신문 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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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6.03.02 조회2,238회 댓글0건본문
▲ 2014년 10월27일 밀라노 근처에 설립된 아케다 불교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바조. |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월드컵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독특한 말총머리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던 이탈리아 출신 축구선수 로베르토 바조(Roberto Baggio, 1967~)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축구 강국이다. 그만큼 이탈리아에는 명성 높은 축구 구단과 기량 좋은 선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 많은 축구 스타 중에서도 바조는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 선수 중 유일하게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이기에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탈리아 국가 대표로 출전한 56번의 국제 경기에서 27골을 넣었다. 공격수로서 그의 뛰어난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부상 후 내면 혼란한 시기
불자 친구 통해 불교 접해
명상 통해 정신건강 챙기며
깊은 집중력과 인내심 키워
평온한 마음·바른 행동으로
‘신성한 말총머리’란 별명도
결승전 실축에 질타 받아도
동료 선수 마음 위로 집중
은퇴 이후 소박한 삶 살며
밀라노에 불교센터도 설립
유럽에는 축구 열기가 매우 강하다. 자연스럽게 훌리건 같은 과격하고 극성스러운 팬클럽 문화가 발전해왔다. 축구 선수 사이에서도 경기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와 주전 경쟁으로 인한 압박감으로 술과 마약 등 검은 세계에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조가 이런 어두운 환경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준 것이 바로 불교였다. 이탈리아 축구 선수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바조는 이들 중 유일하게 불교신자였다. 그는 평상시 평온한 마음가짐과 바른 행동으로 ‘신성한 말총머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 바조와 그의 가족. |
무려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바조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남다른 관심과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탈리아 주니어 국가 대표팀을 거쳐 플로렌티나(Florentina)팀에서 공격수로서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보여줬다. 많은 경기를 통해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7년 부상을 겪으면서 내면적인 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운명처럼 불교를 접한다. 햇살이 따스하던 어느날 아침, 바조는 그의 친구이자 불자였던 모리치오(Morrichio)의 집에 방문했다가 모리치오가 어떻게 불교를 알게 됐는지, 불교가 그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주었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바조의 부모님들은 그가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그가 불교에 다가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축구선수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부상으로 좌절하던 시기 그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며 불교를 만났고, 자신의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불교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불교에 깊이 침잠했다. 불교에 관한 서적을 읽고 부처님 말씀을 배워가며 바조는 점점 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매사 공격적이던 그의 성격은 갈수록 온화해졌다. 그는 경기에서나 실제 개인 삶에서나 언제나 신중을 기했다. 바조의 긍정적 변화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마침내 그가 불교 신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점점 그를 이해하기 시작하며 그들 또한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명상을 배운 바조는 바쁜 경기 일정들과 이동 스케줄 가운에도 명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했다. 그는 그렇게 점점 더 불교의 깊은 세계로 나아갔다.
검은 유혹이 많고 정신없는 속도로 돌아가는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내면의 평화와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Richard Gear), 스티븐 시걸(Steven Seagal), 가수 티나 터너(Tina Turner) 등 불교신자로 유명한 전 세계 인사들의 생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상은 많은 엔터테인먼트 계통 종사자들을 불교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불교는 개개인이 마음속이나 생각에서만 머물던 긍정적인 것들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상이란 잠재의식 속 깊이 숨어있는 집중력을 끌어냄으로써 마음과 육체의 조화를 이뤄내고 정신의 평화를 찾아냄으로써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도록 한다.
▲ 바조는 1994년 월드컵 최종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수를 범해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맹비난을 받았다. 사진은 실축 직후 모습. |
이전에는 그저 육체적 건강만을 생각하던 바조는 명상을 계속하며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가 사랑하는 축구를 계속하게 해줄 건강한 육체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조는 점점 더 불교에 매혹돼 갔다. 경기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상이나 육체적 고통을 대하는 태도 또한 변해갔다.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며 바조는 점점 더 깊은 인내심을 가진 축구 선수로 변해갔다. 그는 한때 슬럼프에 빠지면서 은퇴를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처님 말씀을 새기며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수행자가 온갖 마장을 극복하며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듯 살아가는 것도 어떤 우여곡절과 고난이 있더라도 중단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다.
부처님 말씀과 이를 현실 속에서 깨우쳐 가는 과정 속에서 그는 더욱더 훌륭한 선수가 되어갔다. 그리고 이탈리아 최고 팀으로 평가받는 유벤투스(Juventus)를 대표하는 스타선수가 됐다. UEFA컵 경기와 스쿠데토(Scudetto) 경기 등에서 우승을 거머쥔 그는 그 해에 ‘발롱도르’와 피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인정받았다.
물론 그에게도 불운의 시기가 있었다. 1994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8강과 4강 경기에서 예술 같은 골들을 선보이며 이탈리아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을 열광시켰던 바조는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다. 득점 없이 경기와 연장전을 끝낸 두 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간다. 이탈리아 팀의 마지막 키커로 나온 바조는 여기서 실축해버리고 만다. 월드컵 우승이 멀어진 순간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영웅에서 순식간에 이탈리아의 역적이 됐다. 코앞에서 허탈하게 우승을 놓쳐버린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를 모두 바조의 탓으로 돌렸다. 많은 이들이 바조가 가톨릭신자였다면 이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믿음 역시 맹렬히 비난했다. 바조는 온갖 비난 속에서도 한마디 말도 없이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훗날 바조는 이 일을 회상하며 “부처님 말씀들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던 그 때를 평온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대부분의 이탈리아 국민들은 “바조 때문에 월드컵 우승컵을 빼앗겼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축구 전문가들은 “바조가 없었다면 이탈리아 팀은 월드컵 8강에서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바조는 자신과 더불어 실축을 해서 원성을 받고 있는 다른 동료선수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는데 집중했다. 바조는 경기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생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수년간 노력을 거듭해 얻어낸 존경과 자존심, 명예도 단 몇 초 만에 신기루처럼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
그의 인생 마지막 월드컵 경기였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경기. 바조는 세 번째로 참가한 월드컵 경기의 8강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맞이했다. 운명은 짓궂게도 그를 다시 승부차기 상황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이탈리아 대표팀 첫 번째 키커로 등장했다. 이탈리아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은 1994년 월드컵의 악몽을 떠올리며 가슴을 졸였다. 바조는 골대를 향해 힘껏 공을 찼다. 공은 골키퍼를 제치고 그물을 갈랐다. 골인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이날 역시 승부차기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8강에서 무너졌다. 바조는 이때도 의연했다. 절망에 빠진 그의 팀 동료들을 위로하며 월드컵 무대에서 영원히 내려왔다. 그 후 바조는 AC밀란과 FC인터밀란 등 유명 축구 클럽에서 활약하다 브레시아 팀을 마지막으로 명예롭게 은퇴했다.
축구장을 떠난 그는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소박한 삶을 즐기며 명상을 이어갔다. 그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불경을 읽고 명상하는데 할애했다. 바람둥이가 많은 유럽의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바조는 오로지 아내만 사랑하며 어떤 추문에도 휩싸이지 않았다. 그는 이런 깨끗한 사생활은 모두 부처님 가르침 때문이었다고 종종 말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아픈 순간이었던 월드컵 실축 순간을 담은 그의 자서전 ‘허공으로 차버린 골(A Goal in the Sky)’에서 “그 순간의 충격과 아픔은 그 어떤 이도 치유해 줄 수 없지만 부처님 말씀들이 언제나 분노를 잠재우고 평정을 찾아주며 마음이 아플 때마다 치유해줬다”고 밝혔다.
바조는 2014년 밀라노 외각에 현대식 건물로 불교센터를 설립했다. 한때 전 세계 최고 축구 스타였던 그가 설립한 불교센터는 많은 사람들을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교센터가 문을 열던 날 기자들과 마주친 그는 “불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낙담하고 괴로워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들은 인생에 대한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에 대한 의문들을 갖고 이를 찾고자 애를 쓰죠. 이 불교센터는 그런 이들에게 좀 더 쉽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출발점과 같은 역할을 해줄 것 입니다.”
이탈리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축구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수행자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바조. 그를 향해 많은 사람들은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