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웹툰’ 새로운 장르 개척
불교대중화 앞장선 현대작가
네덜란드 국립 박물관 초청
1년 여 동안 현지서 전시회
부처님의 일생 담은 ‘팔상도’
현대적 캐릭터 재해석 눈길
현대미술작가 양경수 씨가 네덜란드 국립 세계문화박물관 초청으로 네덜란드 레이던과 암스테르담에서 내년 1월까지 초대전을 연다. 사진은 전시회에 선보일 카툰 ‘팔상도’. |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그린 불화인 팔상도(八相圖)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카툰 전시회가 유럽에서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미술작가 양경수 씨는 네덜란드 국립 세계문화박물관의 초청으로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지난 11일 개막해 오는 8월까지, 암스테르담에서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팔상도를 주제로 한 카툰전 ‘위대한 붓다’를 연다.
‘불교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불교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양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지난 2014년 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스티벌’에 출품해 화제가 된 팔상도 8점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불교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그의 팔상도는 기존 불화에서 벗어나 부처님을 영화 속 액션 히어로로 묘사하며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있다. 팔상도 ‘비람강생상’에서 부처님은 마치 월드스타 싸이와 같이 춤을 추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고 있다. 깨달음을 얻어 전법에 나선 ‘녹원전법상’에서 부처님은 대중이 함께 어우러지는 DJ로 표현하는 등 불교 안에 내재돼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새로운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양 작가는 “팔상도를 보다 문득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나 열반에 이른 부처님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활기차고 변화무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행의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는 부처님의 이야기는 마치 슈퍼히어로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팔상도를 지금 시대에 맞춰 화려한 색감과 과감한 그림체를 사용하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클럽, 공연장, 폐차장 같은 장소들로 역사적인 무대를 옮겨놓아 젊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더 가가가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양경수 작가 |
앞서 지난해 5월 노르웨이에서 팔상도 전시회를 연 양 작가는 이미 유럽에서는 불교의 정신적 가치를 개성 있게 표현한 신진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 역시 박물관 측에서 그의 영어 홈페이지를 보고 먼저 1년여에 걸친 단독 초대전을 제안했다. 그는 “불교에 익숙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새삼 놀랐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해외 전시활동에 적극 나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단청장인 아버지와 불화가인 어머니 슬하에서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양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2011년 일러스트 작가로 변신했다. 2014년 만화로 불교를 전하는 ‘만만한 뉴스’ 창립 멤버로도 활동한 그는 그동안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환우를 위한 불교카툰전 등 불교계 안팎의 활동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젊은 작가답게 대중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힙합래퍼 ‘MC스나이퍼’의 뮤직비디오 미술감독을 맡았고, 최근에는 힙합듀오 ‘배치기’의 음반재킷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팔상도 작업을 결심하고 구상하는 과정을 즐거웠지만, 불교계 어른들께 혼나는 것은 아닌지 그려나가는 내내 걱정이 많았다”면서 “불교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보니 불교작가로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관세음보살 33상을 일러스트로 재해석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며 “앞으로도 쉽고 재미있는 불교를 전하는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싶다”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