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 위 노니는 명상, 프랑스로 가다 (법보신문 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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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2016.02.15 조회1,477회 댓글0건본문
▲ 프랑스 초대전에 출품된 판화작품 ‘아제아제바라아제. |
불교목판화가의 외길을 30여년 묵묵히 걸어온 강행복 작가가 프랑스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프랑스 루앙지역에 위치한 도시 쁘띠캐빌리시의 초청으로 생줄리앙성당에서 2월12~18일 열리는 강행복 작가 판화 초대전은 동양문화와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판화로 표현된 명상, 선과의 만남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월12~18일 생줄리앙성당서
초기작부터 실험적 근작까지
대표 목판화 작품 25점 선별
“명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
불교 관심 높이는 기회 되길”
작가는 이번 전시에 25점을 출품했다. 검정색 중심의 단색으로 표현되던 초기 작품을 비롯해 판화의 입체화를 시도하고 있는 최근의 실험적 작품까지 대표작들을 엄선했다. 모든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자연과 사람, 명상과 구도 등으로 불교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동양적인 것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지만 그중에서도 자연에 대한 해석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작품에 담긴 불교적 정서가 자연과 조화를 이뤄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흥미로워 한다”고 전했다.
작가의 초기 작품세계는 뚜렷하게 불교 주제를 담고 있었다. ‘불교판화가’ ‘선화가’라는 수식어답게 그의 작품은 불교사상에 바탕을 둔 작업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그의 작품은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월3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열린 강행복 목판화전 ‘길 위의 길’에서 작가는 규모나 색상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판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펼쳐 보였다. 색의 혼용실험과 다양한 기법의 시도 등으로 조형성을 강조하면서도 서정적 정감을 불어 넣었다는 극찬이 잇따랐다. 황유정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품 ‘명상’(2015), ‘명상의 나무’(2015) 등을 보면 지금까지 보였던 구상적 형상들이 많이 사라지고 율동감 있는 선과 모티브들이 불규칙하게 섞여 있다.…이런 실험을 통해 비구상으로 작업을 확장시킨 강행복은 더욱 자유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인 판화설치미술작 ‘명상’. |
특히 판화를 설치미술의 세계와 접목시킨 작가의 시도는 놀라운 반응을 불러왔다. 수백 장의 판화지를 이용해 전시공간을 입체적으로 설정했다. 또 사방 30cm 이내의 흑백판화작품을 이어 붙여 15m에 달하는 전시장 벽면을 거대한 이미지의 숲으로 만든 시도는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결과물로 주목받았다. 또 관람객들이 직접 접할 수 있도록 작품들을 수북이 쌓아 놓거나 흩어놓음으로써 교감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작가의 노력과 그 결과물들에 대한 프랑스 화단계의 관심이 이번 전시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평소 작가와 교류해오던 프랑스 판화작가 그룹이 초대전을 제안, 쁘띠캐빌리시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것은 단순히 불교적 사상과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 아닌 현대적 변용과 창조적 실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의 첫 개인전을 갖게 된 작가는 “작품에 사용되는 형식과 소재의 변화는 있지만 작품의 사상적 기반은 변함없이 불교에 있다”며 “명상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결과물들이 프랑스 사람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