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700년 한국전통산사와 수행자의 삶’ 원만회향 (불교신문 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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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6.11.07 조회1,826회 댓글0건본문
“스님들은 교민 위주로 포교
현지 출가자가 교구를 운영
장기적인 계획 필요한 시점”
조계종이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지난 10월25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파리 일대에서 개최한 한국불교와 전통문화 체험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인 10월29일 오후 공항 인근에서, 이번 행사의 성과와 과제를 중심으로 총무원장 자승스님<사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총무원장 스님과의 일문일답. |
- 메인행사에서 산사의 하루 공연을 직접 연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사의 하루를 짧은 시간에 보여주고 싶었다. 예불하고 경(經) 읽고 참선하고, 발우공양을 통해 음식찌꺼기 하나 내보내지 않는 생명과 자연을 존중하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싶었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2층 공연장에서 한 번 시연하고, 오기 직전에 또 한 번 보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또 봤다. 사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를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번에 동영상 제작 등 공연을 준비하면서 산사와 관련된 자료를 차근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료가 이렇게 없을까 싶을 정도였다. 산사의 사계절 풍경을 일상부터 가을에 김장하는 것까지 전부 콘텐츠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 이번 일정 중 가장 인상 깊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항상 부족하다. 좀 더 예산을 들여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불교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종단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미미하지만, 파리 길상사가 일정 부분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었다. 다행히 혜원스님이 신도들과 신뢰를 쌓아 주인의식을 느끼면서 논문도 열심히 쓰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원력을 세우고 종단에서도 힘을 보태주면 길상사를 중심으로 새롭게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현지에서 지속적인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반응이 많았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국가를 선정해 활동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이 절에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외국에서 출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오면, 해외교구에서 일정 교육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연수를 받게 해 우리가 직접 파견을 보내 현지 포교를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리를 통해 현지인들을 감동시키려면 현지 사람이 아니면 힘들다. (한국) 스님들은 교민 위주로 포교를 하고 (현지에서) 출가자가 나와 교구를 운영하게끔 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처음 뉴욕에서 행사했을 때와는 많은 점이 달라지지 않았나.
“현지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누적된 노하우가 생겼다. 처음 뉴욕 갔을 때만 해도 좀 어설펐고 지금은 그에 비해 일사분란해진 편이다. 결국 절에 나오는 불자를 만들지 않는 한 보여주기 식만 될 것이다. 현지인들이 화두를 편하게 들 수 있도록 하는 참선법을 소개해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좌복을 깔고 (수 시간 동안) 앉아 있으라고 하면 몇 명이나 할 수 있겠나. 의자에 앉아서 하거나, 포행하면서 참선을 하는 등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 장 뱅상 쁠라세 프랑스 국가개혁장관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우리나라 사찰의 경우 많은 규제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데 (프랑스의 경우) 성당 등 문화재들은 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물었고, 개인적으로는 당신에게 된장, 고추장 DNA가 흐른다고 했더니 바로 고추장을 좋아한다며 호응을 했다. 또 한국에 오면 사찰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1000년이 넘은 고찰(봉은사) 앞에 553m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혐오’ 라는 표현을 썼다.”
현지인들에게 좀 더 가까운 불교활로 마련했다
성과와 과제
한국불교 문화 우수성 홍보
다양한 프로그램 깊은 인상
“프랑스어본 ‘코리안 부디즘’
현지인에게 훌륭한 안내서”
프랑스 주요 인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산사의 하루’ 중 한 장면. |
조계종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 일대에서 연 ‘1700년 한국불교 전통과 수행자의 삶’ 행사는 한국불교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조계종 대표단은 지난 10월25일부터 4박5일 간의 방문기간 동안 유럽 문화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1700년 전통의 한국불교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도량석과 예불, 울력 등 수행자의 일상을 공연으로 처음으로 선보여 프랑스 주요 인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프랑스를 방문한 종단 대표단은 사찰음식을 통해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사로잡기도 했다. ‘산사의 하루’ 공연에 이어 마련된 사찰음식 만찬에서는 연근죽과 연잎밥 등 20여 가지 요리를 통해 사찰음식의 진수를 보여줬다. 생명존중의 정신이 담긴 수행자들의 깨달음을 위한 수행식에 현지인들은 맛은 물론이고 그 정신에 존경의 뜻을 표했다.
특히 현지 대학에 기증한 <코리안 부디즘>은 미지에 가까운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700년 한국불교 역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동안 길상사 주지를 맡고 있는 혜원스님도 “불교문화를 현지인들에게 좀 더 가깝게 소개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현지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명상이나 참선수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 강연 직후에는 한 현지인이 출가 뜻을 밝혀 프랑스 내 불교에 대한 관심이 얼마만큼 높은지를 짐작케 했다. 이처럼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불교를 알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현지인들에게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불교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점에서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요구된다.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통해 전문 프로그램이나 서적을 꾸준히 보급하는 일도 필요하다. 종단에서도 구체적인 세계화 방향을 연구해야 한국불교 세계화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