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아직 포교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고, 국외라면 우리보다 못사는 저개발국가 상대 구호활동이 전부였던 지난 2011년 9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프랑스를 순방한다는 발표는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5박7일이라는 짧은 일정에서 총무원장 스님을 포함한 조계종 대표단을 통해 프랑스에 조성된 한국불교의 입지와 위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전까지 종단 대표단이 해외순방을 가면, 현지 교포들과 한국사찰 등을 돌면서 법문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당시 프랑스에서의 일정은 조금 달랐다.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만나 팔만대장경 경판을 알렸고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복원불사에 대해 협의했다. 프랑스 기메박물관과 한불(韓佛) 불교유산 상호전시를 결정하고 파리7대학을 찾아가 세계적인 인재들과 만나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러자 1년 뒤인 2012년 10월께 파리7대학 한국학과 학과장이 감사의 답례차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하기도 했다. 당시 그 학과장은 “한국불교계 대표단이 프랑스에 왔을 당시 자국의 전통과 문화를 매우 아끼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두 번째 프랑스 순방 역시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과 현 모습을 가감없이 알리고 한국과 프랑스의 민간문화 교류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진행됐다. 해외순방이나, 하다못해 국내 작은 복지시설 방문 때에도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총무원장 스님은 2011년 첫 방문 때 한국불교 서적을 찾기 어렵다고 현지인들이 호소하자, 이번에는 약속대로 한국불교의 1700년 역사와 현주소를 담은 책 <코리안 부디즘> 프랑스어본을 싣고 갔다. 프랑스 동양학대학에 기증된 이 책은 한국문화를 알리고 아시아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향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찰음식 만찬과 염불 공연, 덕숭총림 방장 스님의 법문 등 한국불교 체험행사에 수많은 유럽인들이 찬사를 보냈고, 특히 테러공포로 얼룩진 프랑스 사회를 향해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염원하고 세계평화를 발원하는 염불을 욀 때는 숙연한 가운데 박수가 이어졌다. 총무원장 스님과 프랑스 ‘문화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렸던 자크 랑 전 장관의 환담 역시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한국 전통산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당위성을 분명하게 전했고, 이 중 하나인 봉은사 주변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현실을 토로하면서 에펠탑과 비교하는 위트를 발휘하기도 했다. 5년 전 첫 프랑스 방문을 통해 한국불교의 유럽진출 교두보를 세운 총무원장 스님 이하 조계종 대표단은 이번 순방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국불교가 더 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희망의 연대를 맺었다고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