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불교, 설정스님 법문에 佛학생들 ‘아하’(불교신문 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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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6.11.07 조회1,825회 댓글0건본문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이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
“스님, 세속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처음 들었나요. 출가를 하고 난 이후 진정한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나요.” 27일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의 특별 강연이 열린 프랑스 동양학대학 이날코(INALCO) 대공연장.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의 질문에 설정스님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단 한 번도 출가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스님된 것을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이 불교를 믿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가르침을 접했고 (출가에 대한 생각은) 이른 나이에 형성된 것 같다. 일반적으로 돈과 명예를 최고의 가치라 여기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부여한 가상의 가치일 뿐이지 진정한 것은 아니다.” 스님의 간단명료한 답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또 다른 남학생도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양 종교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숭배를 중심으로 하는데, 불교는 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그러자 설정스님은 “불교는 서양적 개념의 종교가 아니다. 사고와 언어가 끊어진 곳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자신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한 시민의 질문에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해소하고 지혜를 증득해 자기를 완성하고, 수행정진 한 원력을 중생을 위해 베푸는 자리이타의 삶을 사는 수행 집단”이라고 피력했다.
설정스님은 이날 법문을 듣기 위해 대공연장을 찾은 현지 학생과 시민들을 위해 ‘한국불교 반세기의 경험’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스님은 200여 좌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향해 60여 년 수행자로서의 삶과 인생의 영원한 화두인 ‘어떻게 살 것인가’를 놓고 약 한 시간 동안 법문을 했다. 이날 야닉 브루닉통 파리7대학 한국어과 교수가 통역을 맡아 언어의 장벽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졌으며, 학생들도 법문 내용 하나라도 놓칠세라 노트에 꼼꼼히 필기해가며 스님의 말에 경청했다.
이날 설정스님은 “부처님 법을 잘 믿고 수행해 견성을 이루는 것이 진정으로 부모님 은혜를 갚는 길”이라며 “예전 출가했을 때 가난 속에서도 50여 명의 대중이 부처님에 대한 견고한 신심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며 공부에 매진했던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떠올렸다. 스님은 또 수행자를 일컬어 “만능 탤런트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을 위해 숙련된 의식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하고, 밥과 찬도 잘 해야 하며 늘 공심을 지녀야 하는 게 수행자의 기본자세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스님은 “‘나’라고 하는 집착, 그것만 놓으면 영원한 자유, 걸림 없는 무한한 자기지혜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설정스님 강연에 이어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코리언 부디즘’ 프랑스어본 도서 기증식이 진행됐다. ‘코리안 부디즘’은 2011년 조계종 대표단의 파리 방문 때 한국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도 관련 책을 찾기 어렵다는 현지인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기획·제작한 것으로, 한국불교 역사와 수행자가 되는 과정, 한국 산사 등 1700년 역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총 14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날 기증식을 계기로 한국불교를 보다 널리 알리고, 한국과 프랑스간의 문화교류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책 서문에 “한국불교는 아시아권 밖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에 가까운 영역에 남아있고, 이는 해외에 소개된 서적이나 번역서의 빈약한 수가 잘 증빙해 주고 있다”면서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불어권 독자들이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