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들이 그린 부처님은 어떤 모습일까((현대불교 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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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그루 작성일2013.07.11 조회1,951회 댓글0건본문
재소자들이 그린 부처 그림 전시회 호주서 열려
수감자들의 교화 돕는 불교단체 LPP(교도소 해방 프로젝트)
지구촌 자비 위해 세계 유명 사진작가들 작품 기부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인상 깊은 명장면이 나온다. 교도소 운동장 위로 울려 퍼지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재소자들은 낯설어하면서도 잔잔한 평화를 느낀다. 하지만 이내 음악은 교도관에 의해 중단되고 무단으로 아리아를 튼 주인공은 한 달간 독방신세를 면치 못한다. 인간이기에 지니는 본능적 감성, 이를 인정치 않고 교화대상이라는 일률적 잣대로만 수감자를 대하는 교도소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억눌렸던 재소자들의 예술적 감성이 스님들에 의해 깨어났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외곽에 위치한 힐즈빌 기념관에서 6월 27일부터 7월 25일까지 교도소 수감자들의 창작품이 전시되는 것. 독일, 미국, 아프리카의 잠비아에 있는 재소자들이 그린 불교 그림, 만화 등 작품 70개가 ‘힐즈빌의 해방(Liberation at Healesville)’이라는 제목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이 전시는 대승불교보존재단인 FPMT(Foundation for the Preservation of the Mahayana Tradition)가 운영하는 단체 중 하나인 ‘교도소 해방운동 프로젝트(Liberation Prison Project, 이하 LPP)’에서 주최한 행사다. FPMT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속해 있는 겔룩파 불교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단체다. LPP라는 이름 또한 FPMT를 이끌고 있는 조파 라마가 지었다. LPP는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 1996년 호주에서 로비나 쿠틴(Ven. Robina Courtin) 스님이 갱스터였던 미국인 재소자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면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는 현재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 멕시코, 몽골, 뉴질랜드, 스페인, 미국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매달 850명 가량의 수감자들이 이곳으로 편지를 보내오고 15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스님들이 그 편지에 답장해주고 있다. 수감된 재소자는 대부분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갱 관련 폭력 문제에 개입돼 있다. 개중에는 사형선고를 받은 이도 있다. 스님들은 삶을 바꾸고 싶어 하는 그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등 자비의 마음으로 재소자들을 돕고 있다.
LPP가 작년에 교도소에 보낸 불교관련 서적은 1만 2천권. 팍팍한 수감 생활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만 여 명에게 불법을 전달한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펠리칸 베이 주(州)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크리스 헬스타우스키 씨는 “LPP덕분에 언제든 밖으로 나갈 기회가 있으면 신선한 꽃을 골라 부처에게 헌화 공양을 한다”고 얘기했다. 미국 앨라배마 마리온 카운티 교도소에 있는 제임스 데이비 또한 “스님들이 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LPP에 고마워했다.
하지만 로비나 스님은 재소자들을 불자로 개종시키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다.
“교도소 현실은 고통스럽습니다. 인간적 감정은 거부당하고 모욕당하기 일쑤죠. 소음은 상상을 넘습니다. 재소자들은 이런 현실을 견딜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강력한 욕망을 가지고 있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그들에게 인간성을 되찾아주기 위해서입니다
LPP는 거친 환경에 노출돼 감정 또한 삭막해지기 쉬운 재소자들의 마음 수양을 도와주기 위해 이들의 손에 종이와 펜, 편지봉투를 들려주었다. 재소자들의 억눌린 감정을 글이나 그림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밖에서는 흔한 물건이지만 교도소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연필은 자해의 우려 때문에 제한 당한다. 그래서 곧잘 재소자들은 편지 봉투를 캔버스 삼아 작품을 그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렇게 탄생한 봉투 예술 작품 20점도 함께 선보인다. 수감자들이 직접 쓴 시 30편도 엄선해 전문 성우들의 목소리로 음반에 담았다. 곧 발매될 음반의 제목은 ‘30명의 목소리(30 Voices)"다.
이번 행사에는 영화 상영과 명상 지도, 7월 6일 달라이 라마의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함께 예정돼 있다.
앞서 LPP는 우리 안의 자비와 연민을 불러일으키고자 이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멜버른 컨벤션 센터에서 ‘자비의 필요를 그리다(Portraying the need for Compassion)‘란 제목으로 6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전시회를 연 것.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꼽히는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를 비롯, 포토 저널리스트 18명의 대표작이 전시됐다. 세계 곳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찍은 18점의 작품은 LPP의 취지에 동조한 사진작가들의 기증작으로 채워졌다.
예술과 종교는 사람들의 감정적 정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기 마련이다. LPP는 삶과 마음을 정돈하고 싶지만 그 기회를 제약당한 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예술’적 방편으로 잔잔히 불법을 전한다.
사진1 교도소 재소자들의 인간성을 계발시키기 위해 시작된 ‘교도소 해방 프로젝트’는 수감자들의 억눌린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재소자들이 직접 그린 부처님 그림 등 작품 70점이 호주에서 6월 27일부터 한 달간 전시됨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2 수감자들이 그린 부처그림(위)과 직접 조각한 장식품(맨 아래). 한때는 범죄를 행했던 손이지만,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에는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