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포교 첨병, 해외 사찰
다른 법세계·문화로 장벽
사찰 등록 등 어려움 존재
스님 입적 후 와해 되기도
어느 분야든 포교는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한국불교 세계화를 이끌 토대로 인식되는 해외포교는 손꼽히는 난제다. 인종과 국적, 문화, 법체계 등 모든 것이 다른 타국에서 한국불교를 홍포하는 과정은 매순간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외사찰이 해외포교의 첨병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외특별교구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그 현실적인 적용을 위해 해외사찰의 감소추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주>
조계종(총무원장 원행)이 지난해 12월 22일 발간한 해외사찰 편람은 조계종이 종단 역사상 두 번째로 시행한 해외사찰 전수조사의 결과물이다. 조사는 3월부터 11월까지,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진행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2009년 첫 전수조사 이후 11년새 57%가 감소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성공 스님은 “이번 해외사찰 현황조사 취합에 연락이 닿지 않아 미수록된 사찰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보고, 1차 현황조사 결과 분석과 함께 해외사찰 현황을 추가적으로 파악하여 해외교구활동과 사찰 지원을 위한 노력에 더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조계종 해외사찰 첫 전수조사의 결과물인 2009년 편람에 수록된 142곳 사찰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사찰이 20곳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지속됐던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조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추가조사를 통해 확인될 수 있는 오차 범주의 수치인 셈이다.
문제는 사찰과 연락은 닿았지만 조계종 해외사찰 편람에 수록되길 거부한 사찰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각 사찰의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실제 운영이 되고 있음에도 현황보고서 제출을 하지 않거나, 조계종 소속임을 드러내길 거부한 사찰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해외사찰의 종단 연관성이 단절됐거나 희미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2011년 해외포교 체계화와 활성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해외특별교구법의 실효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해외특별교구법은 해외포교 관련 종책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지만, 입법취지와 다르게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20여년간 해외사찰들과 교류해 온 한 관계자는 “해외특별교구법이 정책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맞지만, 아직 이렇다 할 역할을 하거나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사찰이 처한 현실과 법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스님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계종 종법에 따른 사찰·법인등록의 문제다. 조계종 스님이 해외사찰을 창건해 법인화한 경우, 조계종법에 따라 종단에 이를 신고·등록해야 하지만 정작 해외사찰의 경우 그 필요성이 모호한 상황이다. 상당수 해외사찰들은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한국을 떠나 현지에 정착한 교민들에겐 사실상 사찰의 종단 정체성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사찰등록시 혜택이나 지원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사찰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지 스님 등 스님을 중심으로 신도들과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구조라면, 외국은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사찰이 창건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스님과 신도간 관계형성 과정도 한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때문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개인원력을 기반으로 현지에 정착한 스님이 있는 반면, 품어가는데 어려움이 있는곳도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욱이 현지법에 따라 법인으로 운영되는 해외사찰의 특성상 이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신도들에게 사찰의 종단 등록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논란 혹은 반발이 생길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교민들이 창건한 사찰에 조계종 스님을 초빙한 경우에는 신도들이 사찰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기 때문에, 이사들의 동의가 일종의 창건주 권한에 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히 스님 역시 신도들과 동등한 법인 이사로, 사찰운영상의 권한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포교에 오랜 시간 매진해 온 조계종 前국제특보 정범 스님도 ‘미국불교 전법 현황과 포교전략’ 보고서에서 해외사찰의 종단등록 및 주지인사제도 미비점을 지적한 바 있다.
스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해외사찰 50곳이 종단에 제출한 현황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종단 등록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사찰이 응답하지 않았으며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답변이 8%, 필요하지만 현지 조건 등으로 등록이 불가하다가 16%, 나머지는 등록절차가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범 스님은 “종단 행정의 기본은 승적관리와 사찰등록인데, 해외사찰의 경우 국내사찰과 사찰등록 방식, 운영방식이 큰 차이가 있어 해외사찰에 이를 적용할 경우 예외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해외에서 법인을 중심으로 설립되는 사찰과 개인 원력에 의존해 창건되는 사찰에 대한 종단의 영향력 미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해외사찰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지속적인 교류 및 관리의 미흡함도 문제로 지적된다. 종무행정상 부서별로 관련업무가 분산돼 있고, 해외사찰의 현황을 수시로 확인하거나 교류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계종은 2017년 해외특별교구법을 개정, 2018년부터 국내에 해외특별교구 사무국을 두고 해외지부 및 거점사찰 지정 형태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골자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업무 일원화를 꾀할 해외특별교구 사무국 등 전담부서는 부재한 상황이다. 해외포교의 특수성을 반영해 종무행정의 범주에서 해외사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일원화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외사찰 감소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개인원력으로 사찰을 창건하거나 운영해 온 스님들의 부재다. 1960년대 이후 해외사찰들이 순차적으로 창건된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사찰공동체의 구심점이 됐던 스님이 입적하거나 병환으로 귀국한 뒤 사찰이 와해되는 수순을 밟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극단적인 경우 후임 스님과 신도, 혹은 신도간 법적 분쟁으로 번져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전락해 폐사 수순을 밟거나, 신도들 중심의 사찰 운영형태로 전환되면서 종단과의 연결고리가 단절되기도 한다. 이는 조계종 교구본사 등 국내 주요사찰의 지원으로 창건한 해외사찰의 경우에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삼보정재 유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윤영희 조계종 사회부 팀장은 “해외사찰을 중심으로 한 해외포교 분야는 스님 개인과 사찰의 원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사찰 편람 발간을 계기로 종단 차원에서 그 원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