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오랜 기간 해외포교 일선에서 활동해 온 초대 해외특별교구장이자 뉴욕 불광선원 주지 휘광 스님,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 스님, 그리고 前 국제특보로 해외포교 종책을 이끌었던 정범 스님에게 해외 현지의 현실과 종단 및 해외특별교구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총무원 사회부장 성공 스님도 해외특별교구와의 협의를 통해 종단 차원에서 해외포교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본 좌담회는 애초 언택트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차 등 불가피한 여건으로, 서면 및 전화를 통한 답변 취합으로 구성됐다. <편집자주>
前 해외특별교구장 휘광 스님
불필요한 행정 절차 등은 문제
현지·종무행정 괴리감 좁혀야
인력 활용·양성시스템도 절실
스님들은 해외포교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종단 차원의 시스템 마련 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특히 현지와 종단 종무행정 간 괴리감을 좁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 불광선원 주지 휘광 스님은 “현지사찰 입장에서는 종무행정을 따르고자 해도 그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불필요한 절차가 있다고 여겨진다”며 “무엇보다 종단에서 해외사찰을 담당하는 종무원이 너무 자주 변경돼 해외불교의 정책적 수행과정에서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포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 스님도 “프랑스의 경우 정치와 종교를 철저히 구분하는 ‘라이씨테’ 원칙에 입각해 종교단체 설립이 지극히 까다롭다. 결국 해외포교는 그 방식 자체가 국내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종단이 해외사찰 관련한 종무를 다룰 때 현지의 정서 및 문화와 다소 동떨어진 형태를 보이는데, 해외사찰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종무행정에서도 현지법과 정책 등 해외사찰의 불가피한 사정들을 고려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현지와 종무행정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한, 해외 사찰들과 종단과의 연계고리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무원 사회부장 성공 스님
올해 해외특별교구 사무국
설치 및 정상 가동 추진중
해외사찰 소통 확대 ‘노력’
바로 조계종 종단 차원의 관심은 물론, 해외특별교구를 중심으로 한 상시적인 소통 및 종무 일원화를 통한 피드백 등 핵심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사회부장 성공 스님은 “해외에 계시는 스님들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원력으로 포교하시는 것을 알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지난해 해외사찰편람을 위한 조사를 진행했던 경험을 계기로 그간 해외사찰과의 소통 부재, 그리고 노력을 통한 소통창구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 스님은 “해외특별교구장 정우 스님의 원력으로 사무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종단이 해외사찰의 목소리에 보다 집중적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활발한 상호 소통창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前 국제특보 정범 스님은 “해외 현지 스님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 이미 수년째 반복돼 왔지만 개선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들”이라며 “이번에 종단이 해외포교에 관심을 가지고 해외특별교구가 재가동·활성화된다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현지와 종무행정간 간격을 좁힐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범 스님은 특히 해외특별교구 국내 사무처 설치 소식과 관련해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님은 “해외특별교구법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되살리고 현지에서 제기되는 아쉬움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소통이 가능한 인력과 업무 일원화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사무처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해외특별교구 사무처는 종무행정의 일환으로 해외사찰과 해외 거주승에 대한 현황파악 및 관리를 지속하면서 상시적인 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생겼을 시 각 부서별 업무협조를 통해 즉각적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무 일원화가 즉각적으로 이뤄지긴 쉽지 않은 만큼, 향후 3년 가량은 종단과의 긴밀하고 상시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분산된 관련 종무들을 취합하는 등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前 조계종 국제특보 정범 스님
해외교구 사무국 역할 기대
해외 관련 업무 일원화해야
종단 적극적인 협조 필요해
이에 대해 성공 스님도 “일원화된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며 “해외특별교구 사무국을 중심으로 소통창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사회부 차원에서 사무국 운영체계 구축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공 스님은 “해외교구가 사무공간과 사무체계를 운영하는 등 물리적으로 교구의 틀을 갖추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리더의 경험과 추진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행히도 군종교구장 경험 총무부장 경험, 그리고 여러 곳의 해외사찰 지원활동을 해오신 정우 스님께서 해외특별교구장 소임을 맡으셨기에, 노하우와 동력을 갖추고 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기대를 전했다.
해외포교의 주축이 될 인재불사, 특히 인재 활용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그동안 뉴욕에서 유학하는 스님들에게 장학금 및 주석처를 지원하고 불광선원에서 소임을 맡도록 해 현지 적응을 도와 온 휘광 스님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 종단 해외포교 인재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휘광 스님은 “뉴욕 불광선원에 머물며 해외포교 역량을 갖춘 스님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전혀 그 노하우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포교 역량과 원력을 갖춘 스님들을 별도의 인재인프라 형태로 구축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소임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종단과 스님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포교를 위해서는 언어능력이 가장 중요한 만큼 종단 차원에서 장학금을 투자해 전략적으로 각 나라 언어능력을 갖춘 스님들을 양성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범 스님도 “과거 해외포교가 소수의 슈퍼스타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각기 역할을 통해 일선에서 활동하는 스님 한명 한명이 소중한 시기”라며 “이를 위해 종단이 국가별 해외유학승과 거주승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활용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해외포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해외포교는 원력이 있어도 쉽지 않은 분야인 만큼 종단이 제도적으로라도 뒷받침해 스님들의 원력을 지켜주고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며 “국내외 양측에서 국제포교사 등 역량을 갖춘 신도들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스님도 이에 공감하며 “해외사찰에서의 포교는 현지의 상황에 맞게, 현지 스님들과 재가인력들이 유연하게 전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종단에서는 해외사찰이 안정적 운영과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회부는 올해 해외특별교구 사무국이 원활하게 구성되고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지역별로 해외에 거주하는 스님과 불자들의 온라인 소통자리를 만들어 사례를 공유하고 지역별 종교환경에 대한 정보도 교류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스님은 “이런 첫 단추가 향후 교구 사무국을 중심으로 일상화된 소통의 장으로써 기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외교구 및 해외사찰의 활동내용이 소개되고 교류하는 공식적인 온라인 채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 스님
현지 정서·문화와 동떨어진
종무 행정 반드시 개선 돼야
외국인 포교 위한 지원 필요
혜원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소통을 토대로 해외포교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제안했다. 스님은 “해외포교는 일방적인 한국불교문화 소개가 아니라 현지의 사정과 필요를 잘 파악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며 “한국에서 제작해 보내오는 문화행사 리플렛이나 번역서를 보면 현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된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스님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토대로 한 협업 시스템이 이러한 재원의 낭비를 막고 효과적으로 문화를 알리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포교의 핵심적인 기반인 ‘재정’ 문제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해외사찰 상당수의 열악한 여건상 재정지원 문제는 빼놓을 수 없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휘광 스님은 “사실 해외교구가 처음 설립됐을 때는 제법 이곳 실정에 맞는 지원금이 보장됐지만 갈수록 해외교구지원금이 줄어들고 있다”며 “해외에서의 한국불교포교는 한국현지보다는 훨씬 어렵다. 적은 신도와 조금의 자금으로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원력과 구호만으로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범 스님은 “포교 활성화를 제대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사실상 해외포교를 위한 종단의 재정적인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후원을 통해 관심과 원력을 모으는 방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해외특별교구의 활동이 확대되고 해외사찰과 국내 신도들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진다면 해외사찰에 대한 관심도 회복되고 자연스레 원력이 모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해외포교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더해졌다. 상당수 해외사찰의 포교대상이 한국교민 위주인데 따른 것이다.
혜원 스님은 “해외사찰이 좀더 장기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지 한국 교민에만 한정하지 않고 해당 국가의 현지인들을 위한 포교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프랑스와 같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인구가 모여 사는 국가에서 포교를 한다는 것은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대상으로 포교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세계 각지에 유행하고 있는 한류의 열풍은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불교문화를 널리 알리고 현지인들을 포교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해외의 열기가 식기 전에 때를 놓치지 말고 한국의 불교문화를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해외사찰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종단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정범 스님도 “종단의 관심과 해외특별교구의 본격 가동이 침체된 해외포교에 활기를 불어넣는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