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13호] 스님이 되어보는 대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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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민호 작성일2012.07.11 조회1,384회 댓글0건본문
신나는 대학생활을 기대한다고요? 그렇다면 저스틴 맥다니엘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하면 안된다.펜실베니아 대학 ‘사찰생활과 극기’ 수업은 스님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이다. 학기 중 학생들은 커피, 육체적 접촉, 몇 가지 음식, 첨단기기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알람도 없이 새벽 5시면 일어나야 한다. 이는 다니엘 교수가 학생들이 좀더 세밀하게 깨어 있는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다. “그 동안 학생들이 이 수업을 꽤 진지하게 듣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행은 옷을 바꿔 입는 것에서 시작한다. 남학생은 흰색, 여학생은 검은색을 입고 수업시간에는 남녀 따로따로 앉아야 한다. 화장, 장신구, 컴퓨터도 금지되며 필기는 연필과 종이로만 할 수 있다. 휴대폰도 이메일도 쓸 수 없다. 수업은 아시아 종교를 연구한 다니엘 교수가 20년 전 태국과 라오스에서 스님으로 수행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한다. 금기사항은 조금씩 적용되는데 3월 중순부터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음식을 해가 있을 때만 먹을 수 있고, 먹는 중에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악수, 포옹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으며 눈도 오래 맞추면 안 된다. 조명 이외의 어떤 전기 기구도 사용금지이다. 다른 수업을 위해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바깥세상에서 들어오는 신문은 읽을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수업을 듣는 걸까? 교수가 과제물이나 시험을 요구하지 않아서일까? 2학년인 간호학과 메들린 케이서는 그건 오해라고 말한다. “사실은 학점이 순전히 성실성과 참석률에 근거해 나오기 때문에 더 힘들어요”라고 하면서 이 수업을 통해 앞으로 환자들을 잘 이해하고 좀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학년인 레이첼은 먼저 자신을 안 다음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했다고 한다. 100여 명의 수강신청자 중 진정으로 이 수업의 목적을 이해하는 사람을 면담으로 가려내어 17명을 받아들였다. 탈락자 중에는 페이스북 없이 생활할 수 없다고 하는 학생, 어머니랑 통화하지 않고는 하루도 지낼 수 없다는 학생도 있었다.
다니엘 교수는 자신이 학생들의 생활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라면서 단지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항상 깨어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