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하고, 어렵고, 힘든 수행을 해서 깨달음을 얻어 세상을 초탈한 도인이 돼야 하는 종교. 불교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이는 선입견에 가깝다. 지금의 불교는 변화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해 마련된 템플스테이를 통해 대학 탐방을 하고, 취향에 따라 각자 마련한 음식을 나누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도 한다. 어려운 선명상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소리명상으로 명상에 입문해보고, 또래친구들과 서로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해본다. 이런 시도로 참여 학생 중에는 출가해 군승이 되거나, 교법사로 진로를 잡는 학생도 있다. 불교로의 진입장벽을 맞추기 위한 변화와 고민이 보여주는 변화들이다.
조계종 국제전법단(단장 정범 스님)은 2월 24일부터 25일까지 1박 2일간 서울 홍대선원(주지 준한 스님)에서 동국대 부속 고등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13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인재 양성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열린 파라미타 청소년연합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 중 모집된 13명의 학생들은 ‘선연’이라는 이름 아래 3번째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일정에 따라 학생들은 진로 탐색을 위한 연세대 탐방을 마치고 템플스테이 장소인 홍대선원에 들어왔다. 배고픈 학생들을 반기는 것은 한 달에 한번 열리는 포틀럭 파티였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준비된 오곡밥과 각종 나물 및 전, 그리고 일부 게스트들이 가지고온 약식, 인도 커리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본 학생들은 남김없이 접시를 비우고 “맛있다” “또 먹고 싶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자리에 함께한 외국인 투숙객들 덕분에 국제적인 분위기를 체험하는 것은 덤이었다.
저녁 공양 후 진행된 소리 명상 시간에서 학생들은 싱잉볼 소리에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때마침 내리는 비가 창문을 때리면서 자연의 소리까지 싱잉볼 명상에 어우러졌다. 참여 학생들 모두 싱잉볼 소리와 빗소리에 집중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했다.
박성원 군(동대부고 1)은 “소리에 집중하니 졸음도 오지 않았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규영 양(광동고 1)은 “요즘 학업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는데 소리에 집중하며 명상을 하니 편안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조언을 듣는 시간도 이어졌다. 준한 스님은 자신의 출가스토리를 설명하며 학생들에 다가갔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도울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라”며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였다. 또한 “나 자신을 찾는 공부가 바로 불교의 핵심”이라며 학생들에게 책 <슬기로운 출가생활>을 선물했다.
김병진 군(광동고 1)도 “(이번 템플스테이가) 흔치 않은 기회인만큼 뜻깊은 시간이 됐다. 지금까지 모든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는데 앞으로 있을 4기‧5기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며 참가 소감를 밝혔다.
김병진 군처럼 참가학생 중에는 3번의 템플스테이에 개근한 학생이 꽤 있었다. 그중에는 군승이나 교법사로 진로를 계획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건우 군(동대부속영석고 2)은 “교법사님의 말씀 중 지금까지 제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말씀이 많다. 저 역시 교법사님처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교법사나 군법사가 되기 위해 올해 출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군은 “출가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는 단호한 결의도 보였다.
최서인 양(동대부속여고 2)도 “교법사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자연스레 소통하는 시간도 많았다.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는 교법사가 1지망 진로”라고 말했다.
청소년 인재 양성을 위한 조계종 국제전법단장 정범 스님은 “국제적인 포교인재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한 학생들에게 홍대선원에서 젊은이와 외국인이 함께 불교를 접하는 분위기를 체험시키고 싶었다”며 “학생들이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잘 따라와 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인솔을 맡은 권진영 동대부속영석고 교법사는 “학생들을 불자로 키우는 것이 1차 목표긴 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는 불교계의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며 “템플스테이가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교법사는 “아이들이 불교를 체험하면서 불교를 옛날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고급문화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이번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를 실존적 차원에서 체험하고 진로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